“전쟁같은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어요”… 툭하면 분노하고 싸우던 아이들 ‘디딤센터’서 힐링
입력 2013-03-08 18:18
한수지(17·가명)양은 순탄치 못한 가정 환경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늘 혼자였고 또래들과 매일 싸우며 지냈다. 감정 조절이 안 돼 툭하면 분노를 폭발하기 일쑤였다. 여러 차례 전학을 다녔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급기야 정신병원 입원까지 했다. 퇴원 후에도 학교생활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방황하던 중 지난해 11월 경기도 용인에서 문을 연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에 들어오게 됐다. 이곳은 한양처럼 정서·행동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함께 거주하며 치료와 재활을 지원받는 시설이다.
한양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아이들과 어울리고 전문 상담 및 놀이 치료, 각종 체험, 교육 활동 등을 통해 점점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3개월 과정을 마친 한양은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불안하고 거칠었던 내 행동의 원인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양은 센터 주선으로 올해 수도권의 한 미용고에 입학해 메이크업아티스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정서·행동장애를 겪는 청소년 26명을 디딤센터에 입교시켜 3개월간 전문적 힐링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한 결과,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입교 및 수료 시점에 각각 정서·행동 상태를 측정·비교한 결과, 자아존중감과 자기만족, 주관적 안녕감 등 긍정적 지수는 평균 10.3점 높아졌다. 반면 부정적 정서, 충동 행동, 부정적 자기상 등 부정적 지수는 평균 23점 감소했다.
여가부는 이에 따라 오는 11일부터 디딤센터를 본격 운영한다고 8일 밝혔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대 및 학교폭력 피해, 학교 부적응 등을 겪는 만 9∼18세 청소년이 지원 대상이다.
디딤센터는 올 초 전국 학교와 사회복지시설 등을 통해 신청받은 60명을 우선 선정했다. 3개월 장기 프로그램(연 3회) 외에 4박5일(17회), 9박10일(15회)의 단기 과정도 병행 운영한다. 이들은 전문 치료 재활은 물론 진로 탐색 및 자립 지원 서비스도 받는다. 학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대안교육(초·중·고) 과정도 운영된다. 일반가정은 30만원의 참가비를 받지만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전액 무료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