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위 체포… 미국 법원서 재판
입력 2013-03-08 18:09
지난달 터키 수도 앙카라의 한 호텔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제보를 받은 터키 경찰이 들이닥쳐 한 남자를 체포했다. 그는 오사마 빈라덴의 사위로 알카에다 대변인이었던 술레이만 아부 가이스(47)였다.
에릭 홀더 미 법무부 장관은 가이스가 미국인 살해 모의 혐의로 기소돼 8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에 출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법원은 9·11 테러가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빌딩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다. 가이스는 연방법원에서 재판받는 알카에다 최고위급 인물이다.
쿠웨이트 출신인 가이스는 1990∼2000년대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다 빈라덴을 만났다. 빈라덴의 딸 파티마와 결혼한 그는 칸다하르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빈라덴에게 충성 맹세를 했다. 9·11 테러 당일 밤 빈라덴은 가이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는 빈라덴과 알카에다 현 최고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를 도와 알자지라방송에 대변인으로 출연했다. 가이스는 이슬람 국가에 성전을 촉구하는 등의 역할을 맡았다.
2002년부터 이란에 머물러왔던 그는 이란에 은신한 알카에다 조직원이 고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첩보를 입수한 미 정보기관의 올가미에 걸려들었다. 미국은 터키 당국에 가이스의 인도를 요청했으나 터키 법원은 그가 터키에서 범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쿠웨이트로 돌려보냈다. 이를 미국이 앉아서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미국은 쿠웨이트로 가기 위해 중간 기착한 요르단 암만에서 요르단 정보국과 공동작전으로 그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알카에다의 최고위급 인물 생포가 매우 이례적이어서 고급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랜드코퍼레이션의 대테러 전문가인 시스 존스는 “그가 이란에 머물렀던 만큼 알카에다와 이란의 연계된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카에다 최고위직 인사를 법정에 세운 데 대해 뉴욕시는 신변보호를 위해 저격수를 배치해야 하는 등 과다한 비용이 든다며 기쁜 표정만 짓는 것은 아니다. 가이스의 혐의가 확정되면 최고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