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시신 방부처리 박물관 안치
입력 2013-03-08 18:09 수정 2013-03-09 00:07
암 투병 끝에 숨을 거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장례식이 8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육군사관학교 예배당에서 장엄하게 치러졌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회의 의장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온 정상과 대표단, 현지 외교사절 등이 참석해 가톨릭 절차에 따라 진행된 장례식에서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지지자들은 차베스의 영면을 기원했다. 앞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등은 7일 저녁 조문을 마쳤다.
육군사관학교 건물 밖으론 혼란에 싸인 인파와 군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대형 TV스크린은 슬픔에 겨워하는 지지자들의 모습을 실시간 생중계했다.
차베스의 시신은 방부 처리돼 군사혁명 박물관에 안치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남미에서는 후안 페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부인이자 국민적 영웅이었던 에바 페론이 위암으로 33세에 세상을 뜬 뒤 남편의 뜻에 따라 시신이 방부 처리됐다. 과거 구 소련식 사회주의를 따랐던 동구권 옛 지도자들도 사망 뒤 유해가 방부 처리돼 미라처럼 전시물로 남아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임시대통령은 베트남, 러시아, 중국에서 사회주의혁명을 일으킨 인사들을 열거하며 “호찌민, 블라디미르 레닌, 마오쩌둥처럼 영원히 유리관에 안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식에 앞서 공개된 차베스의 시신은 입술을 꽉 다문 얼굴로 반쯤 열린 유리관에 누워 있었다. 1992년 2월 4일 당시 카를로스 앙드레스 페레스 대통령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키다 실패한 곳,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를 영웅으로 기억하게 한 장소인 수도 카라카스의 육군사관학교였다. 카리스마적 통치로 14년간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이었던 차베스는 올리브그린색 군복과 검정 넥타이 차림에 붉은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그렇지만 얼굴은 창백하고 수척했다.
차베스의 유리관 뒤로 수만명의 시민과 군인이 줄을 이었다.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관 앞에 서 가슴에 주먹을 대거나 손으로 키스를 날리며 경의를 표했다. 몇 시간을 기다린 조문은 몇 초 잠깐이었다. 사진을 찍거나 휴대전화를 꺼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조문을 끝낸 안나 마리아 콜메나레스(55)의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그는 빈자들을 자유롭게 했어요. 내게 직업과 집을 주고 교육도 시켜줬어요. 그의 영혼이 우릴 살필 거예요. 차베스는 내 가슴에 있어요.” 그는 암 치료로 부풀어진 차베스의 얼굴을 자세히 설명했다.
군중이 차베스를 애도하는 동안 베네수엘라의 또 다른 한편에선 새 시대를 축하하는 기대가 흘렀다. 그의 죽음과 동시에 사회주의혁명도 잠들기를 바라면서. 격동의 슬픔과 거리가 먼 카라카스 부유층 밀집지의 한 공원에선 은퇴한 다큐멘터리 제작자 케사르 카발레로(66)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에 해악을 더 끼쳤어요. 나라는 두 쪽으로 절단돼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있죠. 차베스 짓이에요.”
베네수엘라의 계층 갈등이 심각한 가운데 많은 이들은 사회통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제 활성화와 정치적 화해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