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의 배신] Vitamin 넘치면 毒된다

입력 2013-03-08 17:49


흔히 약은 ‘양날의 칼’에 비유된다. 잘 쓰면 약, 못 쓰면 독이 된다는 뜻이다. 영양제로 인기 높은 비타민도 예외는 아니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부족해도 탈, 넘쳐도 탈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비타민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비타민의 선택 및 복용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 적당히’의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몸이 하루 동안 신진대사를 위해 필요로 하는 양보다 턱없이 부족하면 ‘결핍증’, 지나치면 ‘과잉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타민은 크게 지용성(脂溶性) 비타민과 수용성(水溶性) 비타민으로 나뉜다. 지용성은 기름에 녹고, 수용성은 물에 녹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과용한다고 해도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는 수용성보다는 체내에 상당량이 축적되는 지용성이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지용성 비타민이란 지방이나 기름과 결합했을 때만 체내로 흡수되는 비타민이다. 말 그대로 기름을 만나야 녹는 영양소다. 대표적으로 레티놀(비타민A), 칼시페롤(D), 토코페롤(E) 등이 꼽힌다. 지용성 비타민을 중심으로 과소·과다 섭취할 경우의 부작용 및 유의점을 살펴본다.

◇비타민A(레티놀)=주로 동물성 식품에 많이 함유돼 있는데, 봄나물 등 녹황색 채소 속에는 ‘카로티노이드’ 형태로 들어 있다. 과일과 채소의 붉은색, 녹황색, 노란색, 오렌지색 등을 내는 색소 물질인 카로티노이드는 대사과정에서 비타민A로 바뀌는 물질이다.

비타민A는 신체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상피세포 성장인자로서 세포 재생을 촉진시켜 구강, 기도, 위장, 대장의 점막을 보호해주기도 한다. 따라서 비타민A가 결핍되면 상하기도와 소화기 계통의 상피 세포들이 단단해지고, 각화성 조직으로 변하게 된다. 결국 점액분비 기능을 상실해 박테리아 따위의 공격에도 쉽게 무너지게 된다.

비타민A는 또한 세포의 산화를 막아주는 항산화제 역할도 한다. 시력 유지에 필수적인 눈의 망막 보호, 생식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필요하다. 비타민A가 부족하면 야맹증과 안구건조증, 각막연화증 등의 안질환에 걸리기 쉬운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과도하게 비타민A를 많이 먹을 필요는 없다. 비타민A를 과량 섭취하면 두통, 피부 건조 및 가려움, 간장 비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특히 임신부의 비타민A 과잉 섭취는 사산, 기형아 출산 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중독 증상은 일반 식품과 보충제를 통해 6000(소아)∼1만5000㎍(성인)의 양을 매일 섭취했을 때 나타난다. 미국의학협회 식품영양위원회는 성인의 경우 비타민A가 아무리 좋게 여겨진다고 해도 하루 섭취량을 최대 3000㎍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에 의한 성인(20∼49세)의 하루 비타민A 최소 필요량은 여자 650㎍, 남자 750㎍이다. 1㎍(마이크로그램)은 100만분의 1g이다.

참고로 무게 100g 기준으로 돼지고기 간에는 비타민A가 1만119㎍, 같은 중량의 당근과 홍고추, 파프리카에는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인 베타카로틴이 각각 1270·1078·509㎍씩 들어 있다. 강 교수는 “파프리카 두어 쪽만 먹어도 천연원료든, 합성이든 비타민 보충제를 따로 먹을 것 없이 하루 필요량을 너끈히 채울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비타민D(칼시페롤)=뼈 형성과 혈액의 전해질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비타민이다. 성인의 권장 식이 섭취량은 하루 5∼10㎍이다. 이 양의 5배를 초과해 먹을 경우 혈액 중 칼슘 농도가 높아지는 중독 증상(고칼슘혈증)을 일으키게 된다.

달걀노른자, 생선, 동물의 간 등에 조금씩 들어 있긴 하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비타민D의 대부분은 햇빛을 통해 얻는다. 비타민D는 햇빛 속 자외선을 피부로 받아들여 간에서 합성되는 영양소다.

비타민D는 각종 생리적 기능 유지, 특히 뼈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몸속에 비타민D가 부족하면 골화(骨化)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골격이 휘고 약해지는 구루병, 골연화증이 나타나고 엉덩이, 척추, 기타 뼈 골절 부상을 입기 쉽다.

물론 넘쳐도 문제가 된다. 과량의 비타민D는 특히 어린이에게 좋지 않다. 과량 섭취 시 정신발달장애, 혈관 수축 등과 같은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인에게도 고칼슘혈증과 고칼슘뇨증을 일으키고 연조직에 칼슘을 축적시켜 신장과 심혈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

비타민D의 하루 상한 섭취량은 50㎍이다. 비타민D 함유 식품으로는 등 푸른 생선, 동물의 간, 달걀노른자, 버섯 등이 꼽힌다. 100g 기준 천연 비타민D 함량은 연어와 청어가 각각 32㎍, 22㎍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는 말린 표고 17㎍, 참치 5㎍, 우유 4㎍, 달걀 3㎍, 버터 2㎍ 등의 순서다.

염창환 대한비타민연구회 회장은 “하루 최소 섭취 용량에 대한 근거자료가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비타민D는 하루 20∼30분 정도의 햇볕 쬐기로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 D에 중독되면 식욕 부진, 메스꺼움, 근력 약화, 두통 증상을 느끼게 되고 신장결석, 관절염, 동맥경화, 고혈압 등이 촉진된다. 또 혈관, 신장, 심장, 폐, 관절 조직의 석회화 현상으로 그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전립선암 등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중독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비타민D의 혈중 농도가 12㎎/㎗ 이상에 이르렀을 때다.

이 같은 위험을 낮추기 위해선 무엇보다 비만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 비타민D는 우리 몸속에 들어와 일단 지방조직에 흡수·용해되면 다시 빠져나가기 쉽지 않다. 지방조직이 비타민D를 놔주질 않기 때문이다.

◇비타민E(토코페롤)=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이다. 다른 지용성 비타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지만, 매일 1000㎎ 이상 과량 복용하면 피부 발진이나 근육 쇠약, 피로, 구역질, 두통, 위장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안지현 교수는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가 빨라지고 생리 양도 점점 많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학협회 식품영양위원회는 별다른 부작용 위험 없이 복용 가능한 성인의 비타민E 상한 섭취량을 하루 1000㎎으로 정해 놓고 있다. 연구 결과, 혈액응고 방해기능이 있는 비타민E를 매일 그 이상 섭취할 경우 뇌출혈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