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원 감독 “예수님의 삶 닮으려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조명하는 삶, 그게 제 소명이죠”

입력 2013-03-08 17:38


3년간 막노동으로 번 5000만원으로 필리핀 마닐라 인근 빈민촌 아렌다 쓰레기 마을에서 교회를 세우고 어린이들을 돌봤다. 태풍, 홍수로 집을 잃은 빈민들을 위해 사랑의 집짓기를 시작했고 8채의 집을 지었다.

2010년 8월 조태환 선교사는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7명의 후원자를 태우고 집으로 향하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차에서 끌려나온 후원자들은 금품을 갈취당했다. 괴한은 총을 들이대며 운전석에 앉아있던 조 선교사에게 내릴 것을 명했다. 순간 짐칸에 숨어 두려움에 떨던 두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조 선교사는 불응했고 결국 괴한이 쏜 총을 맞아 숨졌다.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됐다.

가난한 자들을 위해 기꺼이 집 짓는 목수로 살다 간 조 선교사와 유가족의 삶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오는 21일 전국 CGV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 ‘소명-하늘의 별’은 2009년부터 기독 다큐 ‘소명’ 시리즈를 만들어 온 신현원(41·제자교회 집사)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다. 지난 5일 서울 목동 작업실에서 신 감독을 만났다.

그는 ‘TV동물농장’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등 SBS TV 프로그램 외주 제작자다. 인기 예능프로인 ‘정글의 법칙’ 1기 때 아프리카와 파푸아 촬영 및 연출 등을 맡았다. 사실 그만큼 정글에 대해 잘 아는 이도 없을 것이다. 2002년부터 촬영차 아프리카 아마존 등 밀림을 수시로 갔다 왔다.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편하게 살 수도 있는 그였다. 하지만 그는 세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2004년 11월 아프리카에서 동물이 이동하는 모습을 촬영하다 그만 사냥용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고 말았다. 다행히 정밀검사에서 아무 이상이 없어 바로 다음달 같은 지역으로 촬영을 또 나갔다. 그런데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 오랑우탄에 다리를 물려 공수병으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순간 계속 맴돈 생각은 한가지뿐이었다. “주님이시여, 저를 천국으로 인도해주소서.”

2011년 ‘정글의 법칙’ 파푸아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열대열 말라리아로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매 순간 죽음의 문턱을 오가며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살리신 이유는 뭘까, 왜 나에게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주셨을까. 저로 하여금 하나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겁니다.”

강명관 성경번역선교사를 시작으로 강성민 스포츠선교사, 강원희 의료선교사를 ‘소명’에서 다루면서 그 역시 자신의 소명을 더욱 구체화했다. 예수님을 닮아가려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삶. 신 감독 역시 그렇게 소명을 좇았다.

“정말 하나님의 일은 한 치의 빈틈이 없었습니다. 제가 소명자로 살 것을 다짐하자 영화 속 주인공들이 때마다 등장했습니다. 2010년 강원희 선교사님 촬영차 네팔에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국민일보를 보았습니다. 짤막한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지요. 한인선교사 필리핀서 총기 피살.”

소명 4탄을 위한 하나님의 위대한 기획·제작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잘 알고 지내는 선교사 사모님을 만나 일정을 돕게 됐습니다. 사모님이 평소 알고 지내던 선교사님께서 돌아가셨다며 분향소에 간다고 하길래 서울 이문동의 한 교회에 모셔다 드렸습니다. 그래도 선교사님이고 조문을 해야겠기에 저도 분향소로 들어갔지요. 알고 봤더니 비행기에서 읽었던 그 한인 선교사님을 모신 자리였습니다. 조문객이 별로 없어 썰렁한 분위기였는데, 저라도 기록을 남겨보자며 카메라를 들기 시작한 게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사실 신 감독은 ‘소명’을 찍으면서 순교에 대한 고민을 했다. 스테판 집사, 베드로 사도, 주기철 목사…. 하나님은 과연 무엇 때문에 이들을 일찍 불러가시는 걸까. 필리핀 선교 역사의 첫 순교자로 추대된 조 선교사의 삶을 통해 그는 답을 주려고 한다.

“이 땅에서 크리스천으로 산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교회가 세상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이 시점에 크리스천은 낮은 데로 임하신 주님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주인 되신 예수님의 삶과 발자취를 살려고 애쓰는 삶, 주님은 그 모습을 통해 영광 받기를 원하십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