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사전영장 청구 파장… 농구계·팬들 망연자실 “KBL 그간 무사안일” 비판

입력 2013-03-08 17:13 수정 2013-03-08 17:15

“절대 그럴 리 없을 것이다. 사실이 아니기만 바랄 뿐이다”고 희망을 놓지 않았던 프로농구연맹(KBL)의 한 고위 인사. 그러나 막상 8일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강동희(47) 원주 동부 감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망연자실했다. 프로농구계는 물론 팬들도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향후 검찰 조사에서 또 다른 연루자들이 줄줄이 나온다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할 말 잃은 프로농구계=한선교 KBL 총재는 이날 서울 신사동 KBL센터에서 이사 간담회를 연 뒤 “검찰의 조사 결과와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강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나온다면 가장 강한 제재를 내릴 수밖에 없다. 이사 간담회에서는 영구 제명까지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문경은 SK 감독은 “농구인으로서 사실이 아니길 바랐는데 할 말이 없다. 그런 일을 할 분이 아닌데 안타깝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김동광 서울 삼성 감독 역시 “강 감독이 검찰에 출두할 때도 (승부조작과) 관계없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니 당혹스럽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에서도 팬들의 분노와 안타까움이 넘치고 있다. 아이디 ‘mcki*****’는 “진짜로 믿겨지지가 않는다. 한때였지만 농구를 정말로 사랑했고 농구대잔치 시절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팬으로서 가슴이 너무나도 아프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무사안일했던 KBL=이번 사건으로 한국의 4대 프로 스포츠(축구·야구·배구·농구)는 모두 승부조작에 휘말리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2011년 처음으로 홍역을 치른 프로축구는 재발 방지를 위해 상시 감시 시스템으로 ‘클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승부조작 및 경기조작, 스포츠토토 구매 및 불법토토 사이트 개설·운영 등 각종 부정행위에 대해 연맹 홈페이지 내 클린센터나 전화, 팩스 등으로 제보하면 사안에 따라 포상금을 1억원까지 지급한다. 프로야구도 승부조작 관련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 프로스포츠 공정 센터 신설과 암행 감찰제 도입, 승부조작 상시 모니터링 체제 구축, 내부 고발에 대한 포상 및 자진 신고자 처벌 감면 등의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다.

예전부터 프로농구에서도 심심찮게 승부조작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프로농구는 포상금제나 암행 감찰제 등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 타 종목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 것이다. 물론 이번에 문제가 된 승부조작은 2년 전에 발생했지만 KBL은 승부조작에 대해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대처해 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양대학교 체육대학장 김종 교수는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스포츠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죄행위”라며 “경기단체는 끊임없는 감시와 함께 감독들과 선수들이 승부조작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또 승부조작을 한 감독과 선수에 대해서는 영구 퇴출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