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환의 해피 하우스] 아이가 넘어져 울때, 내버려두라
입력 2013-03-08 17:42
아이가 잉태되어 어머니 모태에서 10개월 동안 살다가 드디어 세상에 태어난다. 그러나 갓난아이가 금방 태양계 리듬에 따라 밤과 낮에 적응하기는 어렵다. 밤과 낮을 구별하지 못하니 낮에는 자고 밤에 깨어 젖을 물며 울어댄다. 이를 자폐기라고 한다. 그러다가 약 3개월이 지나면서 모태 리듬을 벗어나 외부 세계와 교류하기 시작한다. 이때 우리나라 풍습은 백일잔치를 한다.
물론 백일잔치가 지나도 아이는 여전히 몸과 마음이 엄마와 분리되지 못하고 엄마와 자기가 하나라고 느낀다. 엄마는 아이를 가슴에 안고 젖을 물리며 아이의 모든 욕구를 보살펴 준다. 이를 공생기라고 한다. 그러다가 아이는 조금씩 엄마와 자기가 하나가 아니고, 둘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한다. 비로소 심리적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를 분리개별기라고 한다. 자폐기와 공생기에는 아이의 모든 욕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전적인 돌봄이 필요하다.
그러나 분리개별기가 되면 엄마는 조금씩 뒤로 물러나 아이가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아이의 모든 욕구에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이제는 적당한 거리를 두며 반응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엄마와 분리되어 개별화하는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독립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가 울어댈 때에도 즉시 달려가서 안아주기보다는, 아이가 안전하다면, 아이 스스로 불편을 극복하도록 조금은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아이가 엄마에게 모든 것을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독립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점차적 반응 유보’라고 한다.
엄마가 지혜롭게 아이에게 반응을 유보하면 아이는 실망하지만 조금씩 독립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인생길에 실망이 필수라는 사실을 안다면, 진정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라면 아이가 혼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조금씩이라도 훈련시켜야 한다.
아이가 성장하며 독립하는 과정은 부모나 아이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아이가 울어대며 엄마의 부재를 견디는 시간은 참으로 마음 아프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다. 아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계속 안아 주고 보호한다면 아이는 혼자 걷는 법을 배우지 못할 것이다.
과잉보호는 우선 엄마의 마음은 편하지만 결국 아이의 분리개별화를 어렵게 할 뿐이다. 그래서 벤-샤하르 교수는 분리개별기가 되면 “아이가 넘어져 울 때, 내버려두라”고 강조한다. 과잉보호 양육은 아이가 음식을 흘리지 않도록 떠먹여주거나 흘리는 것을 계속 닦아준다. 그러나 지혜로운 양육은 아이가 음식을 흘리고 얼굴에 바르면서라도 음식을 배불리 먹는 법을 배우게 한다. 그리고 수저나 포크로 자신을 찌르지 않도록 보살핀다. 적절한 보살핌 속에서 실패하며 배우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과잉보호는 아이가 10대가 되어도 계속 아이 주변을 맴돌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려고 한다. 부모가 나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면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셈이다. 건강한 성장 발달은 어느 정도의 실망과 시련 그리고 고통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갓난아이를 1년 동안 무균실에서 자라게 하면, 보통 아이보다 면역력이 떨어져서 병에 더 잘 걸린다. 농촌아이들이 미생물이 많은 흙과 더불어 생활하니, 도시아이들보다 면역력이 강하여 알레르기와 천식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은 법이다. 이처럼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 발달을 위해서는 불편을 견디어내는 단련이 필요한 것이다.
성경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런 말씀도 있다. “아이를 훈계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말라. 채찍으로 그를 때릴지라도 그가 죽지 아니하리라. 네가 그를 채찍으로 때리면 그의 영혼을 스올에서 구원하리라.”(잠 23:13∼14)
<서울신학대학교 상담대학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