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겨울 그리스도

입력 2013-03-08 17:42


김남조

오늘은

눈 덮인 산야를 거닐으시네

눈같이 흰옷 입으시고

눈보다 더욱 흰

맨발이시네

그 옛날

물 위를 걸으시던

강줄기도 얼어

광막한 수정의 빙판

바늘 꽂히는 한기(寒氣)의

그 위를 거닐으시네

희디흰 맨발이시네

울고 싶어라

머리칼도 곤두서는

율연(慄然)한 추위에

물과 바다의

모든 깊은 곳으로부터

보혈을 섞어 빚은

새봄의 혈액을

한없이 한없이 자아올리시는

설일(雪日)의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