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수천억 녹지조성사업 두서없이 추진… 40여년 보전해온 공해차단 녹지 산업단지로 전환

입력 2013-03-07 19:51 수정 2013-03-07 19:59

울산시의 녹지 조성사업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0여년간 보전해온 공해차단 녹지를 산업단지로 전환하면서도 수천억원을 들여 또 다른 녹지를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08년 SK에너지㈜의 요청에 따라 2010년 남구 부곡동 산 5번지 일대 93만3000㎡(28만2298평) 규모의 녹지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 변경 고시를 했다.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는 지난해 11월 7일 공장부지 조성사업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SK에너지㈜는 허가가 완료되는 대로 2019년까지 1703억원을 투자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공장부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운송료 등을 고려할 경우 지금의 공장 바로 옆에 새 공장을 증설하는 게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공장부지로 활용될 이 장소는 1970년부터 울산석유화학단지와 용연공단의 공해를 차단하는 녹지 역할을 해 ‘공단의 허파’ 같은 곳이다. 이곳에는 수령이 수십년 된 소나무·참나무 등 수십만 그루 가 심어져 있다.

시는 녹지 공간 확보보다 공장 증설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와 세수 증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는 2003년부터 2030년까지 4193억원이 투입되는 중장기 국가산업단지 주변 완충녹지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 구간은 11.8㎞로 SK에너지㈜의 공장 신설 예정지와 불과 1㎞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남구 선암동 덕하사거리에서 연암동 북구청 앞 사거리까지다. 구간별로 20∼500m, 면적 165만8000㎡ 규모로 환경정화수인 플라타너스 등의 나무 수십 종을 심는다. 현재 29%가 완료된 상태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녹지를) 산업용지로 전환했다”면서 “공장 안에 새로운 녹지공간을 조성하도록 SK에너지 측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이 부지를 감정가 3.3㎡당 22만원에 매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