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손병호] 온 나라에 활기 넘치려면

입력 2013-03-07 19:57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반부터 방송분야 규제 관할 문제를 놓고 야당과 거칠게 대치하고 있다. 북한의 거듭되는 위협까지 겹쳐 온 나라에 연일 궂은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전 정권에서도 청와대와 국회의 대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은 손실이 너무 큰 대치다. 지금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채 보름이 안 되는 시기이다. ‘새 출발’이라는 말 자체만으로도 온 나라가 긍정적인 동력으로 가득 차야 할 때다. 5년 만에 맞이한 새 대통령의 언행 하나하나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기대감과 응원의 마음이 넘쳐나야 할 타이밍이다.

새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조차 이맘때는 가급적 새 대통령의 긍정적인 요소에 기대를 걸어보도록 하는 게 새 정권 출범기의 ‘허니문 시즌’(정치적 배려 기간)이다. 과거 경우를 보면 새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언론들도 허니문 시즌에는 가급적 긍정적 시각으로 새 대통령을 바라보곤 했었다.

지금이 그럴 때인데, 오히려 국민의 절반쯤은 새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이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도 박 대통령에게 “일방통행”이라거나 “힘 있는 쪽이 양보하라”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낼 정도다.

이런 상황이 된 잘잘못을 따져보면, 밑도 끝도 없을 것이다. 속 시원히 돕지 않는 야당의 잘못이 아주 클 것이다. 또 현 여당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국정이 이렇게 돌아가게 된 최종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박 대통령도 취임 8일 만인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사과 했을 것이다.

이런 사태 속에서 누가 가장 큰 손실을 입을까. 결국 국민이다. 국가적 차원의 새 출발의 기대감과 희망에 탄력 받아 대한민국호가 멋지게 부상해야 할 상황에서 온 나라가 반쪽으로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피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새 필름이 끼워져 카메라가 한창 돌아가고 있는데 주목받아야 할 여우(女優)가 화면 밖에서 다른 출연자들이나 스태프들과 다투고 있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 표현대로 ‘한시가 급하고 분초가 아까운 상황’인데도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5년은 국정 1년차 때 미국산 쇠고기 사태로 나머지 4년간의 업적이 빛을 발하지 못한 채 막이 내렸다. 어쩌면 지금과 같은 여야 대치 관계가 조금만 더 장기화되면 박근혜 정부 또한 앞으로 뭘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정말 별 것 아닐 수 있는 것인데, 너무 큰 것을 베팅하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특히 나중에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과정이 매끄럽지 않는 한 반쪽의 성공에 불과하다. 국민은 ‘국민행복 시대’를 내건 박근혜 정부가 시끄러운 5년을 통해 큰 행복을 가져다주기보다는 화목한 5년을 통해 작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걸 더 바랄지도 모른다. 거친 이념대립 속에 성장해온 대한민국 민주주의 상황 하에서는 어느 나라보다도 ‘과정’이 중요하다.

박 대통령은 담화 발표 때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야말로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한다”면서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야당에 계속 매달리지 말고, 박 대통령이 파격적으로 ‘큰 정치’를 해볼 때인 것 같다. 반드시 성공해야 할 박근혜 정부의 5년짜리 필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필름은 결코 편집할 수가 없다.

손병호 정치부 차장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