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엉뚱한 논리 빠져 수렁 헤매는 정부조직법 협상

입력 2013-03-07 19:58

대통령은 조찬기도서 “봉사할 기회 달라” 호소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와 관련해 여야 정치권이 계속 엇나가고 있다. 새 대통령 취임 열흘이 지났는데도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는 비상식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정치권은 핵심에서 벗어나 혼전만 거듭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박기춘 원내대표가 6일 제시한 이른바 ‘3대 조건’을 놓고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조건으로 내건 공영방송 이사 추천 의결정족수 강화, 언론청문회, MBC 김재철 사장에 대한 검찰수사와 사퇴는 본질적으로 현재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종합유선방송 관할권 논란과 무관하다. 공영방송 문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면 해당 국회 상임위에서 다루면 된다. 종합유선방송의 중립성 문제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 관할과 관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하다가 갑자기 공영방송과 MBC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논점 이탈이다. 성격이 전혀 다른 사안을 협상과정에서 끼워넣는 것은 협상하지 않겠다거나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그런데도 야당 내에서는 3대 조건 제의가 정당하다고 옹호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제안을 내놓은 배경으로 이명박 정부 5년간의 방송정책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문제를 새 정부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 심지어 청와대가 민주당 제의를 별개 사안이라며 거부한 것을 두고 “방송장악 의도가 여전히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변까지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가 지연되자 국회선진화법 탓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 직권상정 권한을 엄격히 제한하고, 상임위에서의 일방 처리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개정 국회법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지연은 여야 모두의 정치력이 부족하고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기보다 자존심 싸움, 감정싸움에 끌려가고 있는 정치권의 역량 부족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에 제도적 맹점이나 다수결 원칙을 훼손하는 측면이 있다면 별도로 논의하면 된다. 협상 과정에서 생뚱맞은 방향으로 일을 벌여놓기만 하면 수습하기가 어려워진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제45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다시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 제대로 일을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에서 대통령을 믿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종합유선방송 관할권 문제는 정부조직법 협상을 한 달 넘게 표류시킬 정도로 무거운 사안이 아니다. 정부조직의 문제는 새 국정최고운영자의 뜻을 존중해주는 게 기본이다. 정치권은 겉돌지 말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8일부터 시작되는 3월 임시국회에서는 조금씩 양보해 조속히 합의에 이르고 이를 새로운 정치의 모멘텀으로 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