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응급실行, 내몰리는 중환자들… 서울대병원 등 7곳 병상포화지수 100% 넘어
입력 2013-03-07 19:29 수정 2013-03-07 22:17
“이틀째 이러고 있어요. 휠체어에 앉기도 하고 힘들면 의자에 누워도 있고….”
7일 낮 12시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만난 이경구(60·경기도 하남시)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근육암 일종인 횡문근육종을 앓고 있는 이씨는 응급실 침상이 아니라 바깥 복도에 마련된 긴 간이의자에 누워 있었다. 이씨는 지난 6일 아침 갑자기 혈액 수치가 떨어져 응급센터를 찾았지만 병상이 없어 계속 진료대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에는 소아 응급실 12개를 포함해 총 40개의 법적 응급 병상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센터를 찾은 환자는 무려 200여명. 병상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은 복도나 휴게 공간 등에서 링거에 의지한 채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급의학과 정재윤 교수는 “이들 중 60∼70%가 암, 신장투석 등 입원이 필요한 중증 질환자”라면서 “복도 등의 임시 침상을 포함해 가용 병상을 48개까지 늘렸지만 전국에서 몰려드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우리나라 국가중앙병원 응급의료센터의 현주소다. 서울대병원은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2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응급실 과밀화 지표인 ‘병상포화지수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복지부는 2011년 7월∼2012년 6월 전국 433개 응급의료기관(권역센터 18개, 전문센터 2개, 지역센터 117개, 지역기관 296개)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처음으로 평가 지표에 병상포화지수를 포함시켰다.
조사 결과 서울대병원을 포함해 전남대, 전북대, 경상대, 경북대, 삼성서울, 인하대병원 등 7곳이 병상포화지수가 100%를 넘는 것으로 평가됐다. 병상포화지수 100% 이상은 이들 응급실을 찾을 경우 병상수보다 몰려드는 환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또 상계백, 길, 순천향대부천, 연세대원주기독, 부산대, 이대목동, 양산부산대, 분당서울대 등 8개 병원 응급실은 포화율 80∼100%로 평가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들 병원도 병상 회전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방문시 바로 진료가 힘든 사실상 100%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 자체적으로 병상이나 시설, 인력 충원 등에 나서야 하고 환자들도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 등에서 정보를 확인한 뒤 이동하면 대기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