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은 누가? 일손 안잡히는 고위 공무원들… 후속 인사에 촉각

입력 2013-03-07 19:28

“사장님이 안 계시는데 무슨 결재를 받나요?” “부사장 등 후속 인사가 나면 어디로 옮길지도 모르는데 일이 손에 잡히겠습니까?”

인사철을 앞둔 대기업에서 보는 풍경이 아니다. 7일 세종로, 세종시, 과천 등 정부청사에서 만난 공무원들이 내뱉는 말이다. 관가에선 각 부처 장관을 ‘사장’, 차관을 ‘부사장’으로 부르는 그들만의 은어가 이어져 내려온다. 물론 대통령은 ‘회장님’으로 통한다.

삼삼오오 복도에 모여 하마평을 주고받는 등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관가에선 ‘복도 통신’이라고 부른다. 인사철을 앞두고 복도 통신의 통신량이 폭주한다. 요즘 복도 통신에는 ‘회장님이 임명장을 안 주니까 사장·부사장 인사도 안 나고 후속 인사에 대한 설만 많아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표류 속에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공직사회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장관 임명 절차가 끝나야 차관 이하 고위공무원 인사 및 후속 인사를 낼 수 있고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지만 붕 뜬 상태가 대통령 취임 이후 열흘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예산 조기 집행에는 문제가 없도록 조치했다고 하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차관 2명이 모두 영전해 자리를 옮기는 기획재정부는 차관보마저 청와대로 옮기면서 향후 고위공무원단 인사 폭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머지 부처들도 차관 인사에 촉각이 곤두서 있는 상태다. 내부 승진으로 차관이 기용될 경우 자리를 다퉜던 옛 1∼2급에 해당하는 고위공무원들은 짐을 싸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후 국·실장급의 연쇄 이동이 정리되면 과장 이하 실무라인이 새로 짜이면서 인사 시즌이 마무리된다. 때문에 인사가 지연될수록 실무자들은 차후 자신의 업무 희망 분야와 상급자와의 친소관계 등을 따지느라 본연의 업무에 소홀하기 쉽다.

장관 부재와 인사 눈치보기가 겹치면서 정부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보도자료 생산 건수도 부처마다 눈에 띄게 줄었다. 매주 20건을 넘나들던 기재부의 보도자료는 이번주 9건에 그쳤고, 10여건에 이르던 고용노동부는 단 4건에 머물렀다. 결재권을 가진 신임 장관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곧 퇴임할 전 정부의 장관이 결재를 하기도 곤란하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