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엔저 충돌’… 중국투자공사 사장 “이웃국가 쓰레기통 이용 정책”
입력 2013-03-07 19:18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이 이번에는 일본의 엔저 정책을 놓고 충돌했다.
중국투자공사의 가오시칭 사장은 7일 월트스트리저널(WSJ)과 인터뷰를 갖고 “일본의 엔저 정책이 이웃 국가를 쓰레기통으로 이용하는 정책”이라며 “책임 있는 정부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출범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인위적인 엔저 정책에 이렇듯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9월 외환보유고로 설립된 중국투자공사는 국무원 산하기관으로 운용자산만 5000억 달러(약 543조원)에 달하는 세계 5위의 국부펀드다.
따라서 가오 사장의 비판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오 사장은 “환율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이웃 국가를 위태롭게 할 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천위루 위원도 6일 “환율전쟁 상황은 꽤 심각한 수준”이라며 “중국은 명백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4일 중국의 신용평가회사 다궁국제신용평가가 아베 정권의 엔저 정책으로 일본의 재정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며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일본은 단시일 내 엔저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신임 일본은행 총재 내정자는 4일 열린 중의원 인사 청문회에서 “강력한 통화 완화책으로 가능한 한 빨리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것이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 경제를 위해 좋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7일 아베노믹스 신봉자인 나카오 다케히코 금융부상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 이 역시 엔저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차단하기 위한 방패용이라는 지적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