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범죄 늘어나 빚어진 풍경… 전화번호 노출 막는 ‘안심번호’ 소개팅 자리서 연락처로 건네

입력 2013-03-07 18:51 수정 2013-03-08 00:12


인천에 사는 주부 안모(50)씨는 지난해 말 한 남성이 딸 이름과 집 주소를 대며 “내가 딸을 데리고 있다”며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걸어와 깜짝 놀랐다. 안씨는 부랴부랴 딸에게 전화해 단순한 협박전화인 것을 확인했지만 그 후로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범인은 안씨 집에 배달된 우편물이나 택배 상자에서 주소와 가족 이름을 알아 협박한 것으로 보였다. 안씨는 그 후로 늘 전화번호나 주소가 담긴 우편물은 모두 찢어서 버리고 택배 상자의 주소 부분을 떼어내 개인정보가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 탓인지 요즘에는 우편물 우측 하단에 주소를 쉽게 자를 수 있도록 절취선이 있는 것도 눈에 띈다. 또 주소와 연락처가 적힌 부분은 쉽게 떼어지도록 스티커로 된 택배 송장도 나오고 있다. 안씨는 “매일 주소를 찢어 버리려면 전체 우편물이 다 망가져서 속상했는데, 주소 부분만 간단히 제거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물품 거래시에도 안심번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안심번호는 개인의 번호를 그대로 노출하지 않고, 쇼핑몰에서 다른 번호를 부여해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직장인 여성 A씨는 최근 한 인터넷의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유아용품을 팔기 위해 전화번호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낯선 남성에게 자주 전화가 걸려왔다. 이 남성은 성적인 농담을 하는 등 A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왔고, A씨는 이 때문에 부부싸움까지 하게 됐다. 이후 A씨는 인터넷을 통한 물품 거래 시에는 자신의 번호를 그대로 노출하지 않고, ‘안심번호’를 통해 거래하고 있다.

인터넷 상거래뿐 아니라 부동산 거래나 주차 시에도 안심번호를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 한 안심번호 업체 관계자는 “전화 사기나 스토킹 등 개인정보로 유출로 인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소개팅 자리까지도 번호 중계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성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