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영리단체 1만860곳… 지원금만 타 먹는 ‘유령 NPO’ 난립
입력 2013-03-07 18:52
국내 비영리단체(NPO)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모금액 등 사업비 쏠림 현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일부 단체는 등록만 해놓고 아무 사업도 하지 않아 정부 지원금만 축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에 등록된 국내 비영리단체는 2006년 6490개에서 2010년 9603개, 2012년에는 1만860개로 6년여 사이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단체이고,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정부의 개입을 피하기 위해 등록하지 않고 활동하는 단체까지 포함하면 비영리단체는 국내에 2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대형단체는 모금액 등 사업비 규모가 점점 커지는 반면 소규모 단체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기후원자의 82%가 5개 대형단체에 집중됐고, 모금액 상위 7개 단체가 전체 개인 후원금의 87%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비영리조직(NPO)공동회의가 지난해 개발복지 분야의 241개 단체를 설문조사한 결과 연 예산 100억원 이상 단체는 25개, 10억∼100억원이 72개였다. 반면 연 예산이 10억원 미만인 단체도 144개나 돼 절반이 넘는(59.7%) 단체들이 소규모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소규모 단체는 사업비 부족으로 제대로 된 공익 활동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인력 구조도 열악해 10억원 미만 단체는 직원이 평균 8명이었고, 1억∼2억원 미만 단체는 직원이 아예 없거나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운영되고 있었다.
지난 1일 시민사회공익활동가 공제회추진위원회가 공개한 전국 127개 단체 활동가 300명의 처우를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활동가들의 평균 월급은 133만6200원이었다. 사무처장 등 책임자급도 평균 월급이 137만1500원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활동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거나 법인 등록으로 지원금만 타내려는 단체들도 난립하고 있다. 실제 대북 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2000년대 중반에 설립된 A단체는 통일부에 법인 등록을 한 후 미국의 한 재단으로부터 수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이 단체는 실제 활동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한 탈북자에 따르면 “대북 단체 중 지원금에 목을 매는 생계형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며 “법인 등록은 기금을 타내기 위한 조건으로 활용된다”고 귀띔했다.
지난 2007년 해외 구호사업을 내걸고 설립된 C단체는 모금이 어렵게 되자 최근엔 활동을 접고 이름만 유지하고 있다. 설립 초기엔 회원들로부터 기부금이나 물품을 받아 필리핀 이재민 등을 도왔지만 그때뿐이었다. 모금이 되지 않아 3∼4명이었던 직원은 급여도 못 받고 그만뒀다.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윤현봉 사무총장은 “국내외적 대형 재난 발생이나 나눔 문화 활성화 등으로 비영리단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커졌지만 실제 사업 운영 노하우나 전문교육, 직원 처우는 열악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