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사립유치원비] 사립유치원비 통제 장치 구멍 숭숭… 가이드라인 운용 안하는 지역도 있어

입력 2013-03-07 18:30

사립유치원비를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에 구멍이 뚫려 있다. 정부가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사립유치원들이 정부 지원액만큼 원비를 인상한다면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원비 인상을 억제할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사립유치원비 인상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장치는 3가지 정도다. 먼저 유치원마다 학부모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국·공립 유치원의 경우 학부모 부담 경비는 운영위 심의를 통과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사립유치원에 설치된 운영위는 자문기구다. 교과부가 운영위를 최대한 존중하도록 했지만 권장사항일 뿐이다. 사실상 유치원 측이 정한 비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해도 견제하기 어렵다.

두 번째는 재정적 통제다. 교과부는 유치원 납입금을 동결하는 유치원에 학급당 25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유치원 입장에서 정부가 주는 학급운영비보다 납입금을 인상해 얻는 수익이 훨씬 매력적이다.

세 번째는 시·도교육감의 유치원 감독권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교과부는 물가상승분 2.6% 이내로 유치원 납입금 인상을 억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라고 각 시·도교육감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17개 교육청 가운데 13개 교육청만 가이드라인을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과부도 사립유치원비의 통제 장치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다. 대학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처럼 유치원비 인상률 상한제를 상반기 중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는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이 방안은 이미 교과부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유치원별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정부 지침을 무시하고 원비를 많이 올려놓은 곳은 큰 타격이 없겠지만 그동안 정부 요구를 수용해 유치원비 인상을 참아 온 곳은 역차별을 받는 제도”라고 반발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