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카 보험사기범 적발… 임대車계약서 허위 작성 보험금 수억원 착취

입력 2013-03-07 18:40

“기왕 이렇게 된 거, 외제차를 타다가 사고가 난 걸로 합시다.”

2011년 12월 말 A렌트카 업체에서 대여한 K7 승용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당해 망연자실해 있는 유모씨에게 렌트카 직원이 뜻밖의 말을 건넸다. 임대차계약서를 조작해 보험사로부터 많은 돈을 뜯어내자는 제안이었다.

유씨가 망설이자 이 직원은 한두 번 해 본 일이 아니라며 안심시켰다. “보험사들은 계약서 사본만 대충 읽어보고 돈을 내줘요. 우리가 절반을 챙겨 주겠습니다.” 직원은 임대차계약서에 적힌 차종을 ‘K7’에서 ‘BMW750’으로 고쳤다. 보험사가 지급할 보험금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A렌트카 업체는 실제로 차량을 대여하지 않고서도 렌트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험사를 속이고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이 업체는 정비업체의 사고현장 출동 직원으로 근무하는 김모(34)씨와 범행을 공모했다. 김씨는 출동한 사고 현장에서 만난 사고차량 운전자들에게 “렌트카를 타다가 사고가 난 것처럼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하자”고 제안했다. 뜯어낸 보험금을 챙겨 주겠다는 제안에 응한 운전자는 모두 31명이나 됐다.

A렌트카 업체는 2007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서울·경기 일대에서 이러한 수법으로 교통사고 피해차량 운전자와 공모해 자동차 보험사로부터 461회에 걸쳐 보험금을 가로챘다. 이들이 뜯어낸 돈은 5억원을 넘는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은 이 업체 대표 유모(47)씨와 영업소장 김모(43)씨 등 12명을 적발해 검찰에 넘겼다고 7일 밝혔다. 금감원 보험사들의 허술한 지급 관행 때문에 이러한 범죄가 유발된 것으로 보고 업계에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