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고’ 홍보차 첫 내한 디캐프리오 “은퇴 계획 없다…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 혁명적 영화”
입력 2013-03-07 17:25
할리우드 톱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39)가 한국을 찾았다. 7일 오후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디캐프리오는 최근 몇몇 외신이 보도한 은퇴설에 대해 “인터뷰 내용이 와전된 것”이라며 “은퇴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잘생긴 하이틴 스타에서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난 디캐프리오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데뷔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한국 개봉(21일)에 맞춰서다. 최근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크리스토프 발츠)을 수상한 ‘장고…’는 미국 현지에서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남북전쟁 직전인 1850년대 말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장고…’는 참혹했던 노예제 실상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냉철하고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디캐프리오는 이 영화에서 흑인 노예인 장고(제이미 폭스)의 아내를 소유하고 있는 대농장주 캔디로 분해 처음으로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장고, 캔디, 무법자들에게 걸린 현상금을 먹고사는 닥터 킹(발츠), 캔디 집의 흑인 집사 스티븐(새뮤얼 잭슨) 등 네 남자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가 볼 만하다.
디캐프리오는 회견에서 “흑인 노예가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백인 농장주로부터 사랑하는 아내를 구하는 이야기다. ‘스파게티 웨스턴’과 동화 장르를 접목시켰다. 타란티노 감독 아니면 못할 이야기다. 타란티노는 영화의 한계를 밀어붙이는 감독”이라고 말했다.
생애 첫 악역, 잔인하고 냉정한 농장주 역할이다. 그는 “새뮤얼 잭슨과 제이미 폭스라는 존경하는 배우의 지지가 없었다면 못했을 것이다. 이들은 ‘당시 흑인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다들 모른다. 그러니 끝까지 악랄하게 밀어붙이라’고 얘기해줬다. 덕분에 예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실제 노예생활은 더 참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는 네 배우가 함께 식탁에 앉아 있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인물 간 멋진 역학관계가 드러난 장면이자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다. 한국 관객도 그 장면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후반부, 타란티노 감독이 배우로 슬쩍 출연했다. 그는 “하기 어려운 호주 억양인데 감독이 굉장히 잘했다. 재미있게 봤다”고 평가했다.
벌써 데뷔 20여년인 그는 연기자로서 어떤 신념을 갖고 있을까. 디캐프리오는 “고통은 한순간이지만 영화는 영원히 남는다. 최선을 다하면 걸작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최고의 감독·제작진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타이타닉’ 성공 이후 하고 싶은 역할을 하고,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원하는 캐릭터를 할 수 있어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웃었다.
다섯 편의 영화를 함께 찍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장고…’에서 호흡을 맞춘 타란티노 감독을 비교하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두 사람은 나에게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이다. 스코세이지는 뉴욕에서 자랐고, 영화사를 꿰고 있다. 영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타란티노는 비디오가게 점원 출신으로 B급 영화를 섭렵했다. 이 둘을 한데 섞으면 영화사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디캐프리오는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아프리카의 코끼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최근 태국 총리와 만나 상아 수입에 대한 허점을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환경운동 기금을 마련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좋아한다. ‘올드보이’는 혁명적인 영화 중 하나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이 영화를 권하며 박 감독은 천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라서 한국 친구도 많고, 불고기와 김치를 좋아한다는 디캐프리오는 처음과 끝인사를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길버트 그레이프’(1993)로 영화 팬의 주목을 받은 디캐프리오는 ‘타이타닉’(1997)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에비에이터’(2004)로 제62회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전날 입국한 그는 이날 서울 CGV영등포에서 한국 팬을 만나는 레드카펫 행사를 가진 뒤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8일 출국한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