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포기한 간이식 수술, 한국이 해냈다… 초고난도 장기이식 기술인 ‘2대 1 간이식 수술’에 성공

입력 2013-03-06 20:38 수정 2013-03-06 22:14


세계 최고 의료 강국으로 꼽히며 1993년 세계 처음 성인 생체 간이식에 성공해 장기 이식 역사의 초석을 놓은 일본. 그런 일본에서 간이식이 불가능해 의료진이 직접 한국으로 치료를 의뢰한 외국인 환자가 국내 장기 이식 기술로 새 삶을 얻게 됐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이승규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말 일본 홋카이도대병원에서 의뢰받은 러시아인 포치탄체브 알렉세이(27)씨를 대상으로 ‘2대 1 간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2대 1 간이식은 체구나 연령 등으로 인해 기증자의 간 크기가 작은 경우 두 기증자에게서 간의 일부를 각각 떼어내 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초고난도 장기이식 기술이다. 2000년 3월 이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뒤 지금까지 363건을 시행해 세계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알코올성 간경화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알렉세이씨는 유일한 치료법인 간이식을 받기 위해 주치의와 함께 세계적 권위의 의료기관을 찾던 중 일본 홋카이도대병원을 선택하고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향했다. 홋카이도대병원은 일본의 3대 간이식센터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어 알렉세이씨 가족의 기대감은 더욱 컸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증상이 심각해 수술이 어려울 뿐 아니라 간을 기증키로 한 어머니 포치탄체바 에레나(50)씨와 이모 파나지웁 갈리나(48)씨의 간이 작아 생체 간이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고려할 수 있는 마지막 치료법은 2대 1 간이식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2대 1 간이식 경험이 거의 없어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료진은 이 분야 세계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한국의 이승규 교수에게 이메일로 환자 치료를 직접 요청했다.

지난 1월 16일 어머니의 왼쪽 간의 3분의 1(350g)과 이모의 오른쪽 간 절반 이상(600g)을 각각 떼어 받은 알렉세이씨는 한 달 20여일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지난 5일 무사히 퇴원했다. 알렉세이씨는 “한국의 의료기술이 세계 최고인 것 같다. 고국에 가서도 한국 의료를 적극 추천하겠다”며 기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