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공화국’서 더 빛나는 청백리… 편의점 출근한 김능환 전 대법관

입력 2013-03-06 20:29

대법관을 지낸 김능환(62)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퇴임 첫날인 6일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상도동 한 아파트 상가 1층에 위치한 편의점 계산대에서 손님들의 물건값을 계산했다. 짙은 청색의 등산 점퍼와 펑퍼짐한 갈색 바지, 연보라색 목도리 차림으로 능숙하게 계산하는 모습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할머니와 함께 껌을 사러 온 꼬마에게 ‘공짜 사탕’을 건네고, 1200원짜리 막걸리를 계산하는 노인에게 “1천원만 내셔도 된다”며 돈을 깎아주기도 했다. 손님들은 그를 ‘동네 아저씨’처럼 편하게 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원래 주말 한 타임을 내가 봐주기로 했는데, 오늘은 사정이 있는 아르바이트 직원과 근무를 바꿨다”며 “손님이 없을 땐 도올 김용옥 선생의 책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옆 채소가게에 있던 부인 김문경(58)씨는 “예전부터 가게를 하고 싶었는데 바깥양반이 법관 친·인척이 이해관계가 얽히는 일을 하면 안 된다고 늘 손사래를 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김 전 위원장의 대법관 퇴임을 앞둔 지난해 4월 편의점에 이어 9월 본인 이름으로 채소가게를 열었다. 현재 채소가게는 휴업 중이다. 부인은 “처음 해보는 거라 그런지 지난겨울 손해를 많이 봤다. 날이 풀리면 채소가게를 다시 열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