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해서… 장난삼아… 친구 괴롭히다 수천만원 배상

입력 2013-03-06 20:30


홧김에 친구를 때리거나 놀리는 데 가담했다가 수천만원의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 일부 학교는 정부 지침에 따라 학생생활기록부에도 남긴다. 교육 당국도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요즘 A양(16)은 2년 전 분위기에 휩쓸려 동네 친구를 때린 일을 뼈아프게 후회하고 있다. 2011년 5월 친한 친구가 A양에게 “인터넷 채팅에서 재수 없게 구는 애가 있다. 혼내주자”고 꼬드겼다. 그 친구가 부른 자리에 가보니 20명가량의 친구들이 동갑내기 K양을 둘러싸고 모여 있었다. A양은 홧김에 친구들과 함께 쓰러진 K양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 친구들은 K양을 학교 옆 놀이터, 동네 후미진 놀이터, 학교 체육관 뒤편으로 끌고다니며 혼쭐을 냈다. K양은 치아 2개가 부러졌다.

A양은 이 일로 학교에서 출석정지 7일을 받았고, 법원의 보호관찰 처분 결정을 받았다. 게다가 서울남부지법은 최근 A양과 그 부모에게 K양에게 손해배상금으로 2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군(19)은 중3 때 친한 친구 3명과 함께 같은 반 친구 Y군을 욕하고 수시로 때렸다. B군은 Y군 얼굴에 실내화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Y군은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정신분열증 진단까지 받았다. 2008년 말 B군은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대구지법은 지난해 2월 B군과 부모에게 손해배상금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C군은 고1 때 키 170㎝에 몸무게 70㎏으로 다소 뚱뚱한 체격인 J군의 외모를 놀림감 삼고 때리기도 했다. J군은 C군 등의 놀림과 폭력에 시달리다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산고법은 지난달 말 C군에게 150만원을, 부산시교육감에게 5500만원 손해배상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D양(18) 등 6명은 2008년 중1 무렵 새로 전학 온 Z양을 놀렸다. 학교 탈의실 벽면에 Z양의 이름을 적고 ‘찌질이 왕국 세워라’ 등의 욕설을 적기도 했다. 그런데 Z양이 D양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북부지법은 2011년 “단순히 욕설을 했다고 곧 불법행위는 아니다”며 Z양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D양 등은 수시로 학교 상담실에 불려갔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부모들도 법원을 오가야 했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학교폭력에 대해 형사책임뿐만 아니라 민사책임도 인정하고 있고, 학교폭력을 감시해야 할 교육 당국에도 책임을 묻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