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고시장 ‘불법 약물의 바다’… 처방전 없이 못사는 의약품 버젓이 대량 유통

입력 2013-03-06 20:30 수정 2013-03-06 22:22


A제약회사 직원 김모(34)씨는 최근 간장약을 복용 중이다. 이 간장약은 김씨가 전에 다니던 제약회사 제품으로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김씨는 전 직장동료를 통해 처방전 없이 약을 구했다. 김씨는 “해당 제품이 효과가 좋다는 말을 듣고 구입하게 됐고,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도 추가로 사줬다”며 “제약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그 정도 약을 처방전 없이 구입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계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간혹 남는 약을 용돈벌이를 위해 중고사이트를 통해 불법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 온라인 중고 사이트를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다. 온라인 약 판매자 중에는 일부 제약회사 직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수가 1000만명이 넘는 인터넷 중고 매매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6일 식욕억제제, 복용하는 여드름약, 아토피치료제, 임산부를 위한 젖 말리는 약 등 처방전이 필요한 의약품 매매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식욕억제제 판매 글에는 “아는 업체 사람들을 통해 대량 구입했는데 약이 남아서 싸게 판매한다”고 적혀 있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식욕억제제 반으로 나눠요, 원래는 처방전 2만5000원, 약값 7만6600원이지만 5만원에 거래 가능’하다며 휴대전화 번호를 남긴 사람도 있었다. 출처가 불분명한 해외 발기부전치료제를 판매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아이디 ‘s*******’는 “이 약은 인도, 태국, 캐나다에서 유명한 제품으로 약효도 길고, 부작용은 개개인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하는데 나는 없었다”며 연락처와 함께 “2박스에 2만원으로 택배거래 가능하며, 직거래는 여의도, 신촌에서 가능하다”고 글을 남겼다. 거래는 휴대전화 문자나 이메일 등으로 정보를 주고받은 후 대부분 직거래나 택배거래로 이뤄진다. 판매자들에게 부작용의 위험에 대해 물으면 대부분 “직접 처방받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답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사고파는 의약품은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약사법 44조 의약품 판매 조항에 근거한 불법으로 단속 대상”이라고 말했다. 또 온라인상에서 타인이 처방받은 약품을 사서 복용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해도 보상 받을 길이 없다.

서울대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대부분의 다이어트 약품들은 간수치를 높이고, 향정신성 성분이 들어 있어 뇌신경 장애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