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상시국이지만 국정공백 최소화해야

입력 2013-03-06 20:16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아직까지 내각이 꾸려지지 못한 현 상황을 ‘비상시국’이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국정의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비상시국에 걸맞은 국정운영에 착수했다. 북핵과 물가 상승을 비롯한 국내외 경제상황 등 산적한 현안들을 마냥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올바른 결정이라고 하겠다. 국회에서의 정부조직법 개정 작업이 언제 마무리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비상 국정운영의 핵심은 청와대다.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들이 매일 국정 점검회의를 갖기로 했고, 비서관들은 해당 부처를 일대일로 책임지고 현안에 대응하기로 했다. 6일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불법 사금융 등 서민생활 침해 사범 근절을 위해 만전을 기하기로 하는 등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각 수석실에 국정과제 100일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입법 계획과 예산 확보 방안을 세밀하게 짜라고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국정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조직법 표류에 따른 후유증은 크다. 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마쳤으나 정식으로 임명되지 않아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장관과 함께 ‘두 장관’이 공존하는 부처가 생겨났다. 미래창조과학부나 해양수산부 등 신설될 부처는 아직 올해 업무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 과학으로 쪼개질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들은 손을 놓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공직사회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셈이다.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이 불가피한 실정이나 그렇다고 비상체제가 장기화돼선 곤란한 이유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권은 한심하다. 민생은 온데간데없고 정쟁만 난무하고 있다. 임시국회가 8일부터 열려도 여야가 조속한 시일 내에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반 의석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은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통합당은 느닷없이 종합유선방송국(SO) 문제를 청와대 원안대로 처리하는 조건으로 MBC 김재철 사장에 대한 즉각적인 검찰조사 실시 및 김 사장 퇴진, 언론청문회 개최, 공영방송 사장 및 이사 임명 요건 강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본질과 괴리된 조건들을 내세운 건 합당한 일이 아니다. 청와대가 거부한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