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형서] 지방 의정비 인상 주민 의견 따라야

입력 2013-03-06 20:20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학교’, ‘민주주의 꽃’ ‘민주시민교육의 장’ 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지방정치의 주민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즉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을 위한 정치, 주민참여를 위한 정치,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선진 지방자치는 주요한 정책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주민참여의 확대와 주민결정권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지역현안에 대한 주민참여를 실시하고 있는지, 또 주요 정치현안에 대한 주민결정권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자성할 시간이다. 매년 12월만 되면 지방의원의 의정비 인상 문제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성숙한 지방자치의 정착이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지방의회는 의정비 인상에 앞서 지금까지 자신들의 의정활동이 지역주민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대부분 지역주민들은 지방자치 실시 이후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강하다. 이것은 지방의원의 역할과 의정활동의 기대가 지역주민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는 의정비 인상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물가연동제와 공무원 보수 인상에 따라 의정비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황과 지방의원 의정활동을 고려할 때 의정비 인상은 새로운 제도적 장치와 평가지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이미 많은 지역여론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의정비 인상은 지역주민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왜냐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지방자치도입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또한 대부분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만족도 역시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의원들은 자기만의 잔치를 위한 풍악을 울리고 있다. 이와 같이 매년 반복되는 의정비 인상과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와 지역주민의 참여확대 및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성공은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적인 의존율을 줄이고 건전한 재정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1년 행정안전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1997년 63.0%에 달했지만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2011년 현재 51.9%로 떨어졌다. 특히 군의 경우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약 17%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의정비 인상에 대한 강력한 제도적 견제장치와 함께 지역주민의 의사결정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미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시행령을 개정해 의정비 기준액을 제시하고 자치단체의 재정능력 등을 고려해 지급 수준을 조례규정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것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지방의정비 인상은 지방자치법시행령 제33조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능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 또 제34조 제6항에서 언급한 의정비 결정은 ‘여론조사기관을 통하여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라는 것을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하는 의무조항’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심의회의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는 것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지방의회의 의정비 인상은 자치단체의 재정능력과 주민여론을 수렴해 결정될 수 있는 주민결정권을 강화해야 한다.

한형서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