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南美좌파 선봉장 ‘석유 사회주의’ 시험대… 차베스 대통령 사망
입력 2013-03-06 20:03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버스기사 출신의 니콜라스 마두로를 부통령으로 지목하면서 “혁명은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5일(현지시간) “차베스의 발언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후계자로 지목받은 마두로가 충성심 강한 ‘차베스 맨’이라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가 대권을 이어받고 ‘볼리바르 혁명’을 완수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당장 남미 좌파 정부들의 반미 선봉장 역할을 해온 베네수엘라의 외교 정책이 어떻게 수정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차베스는 남미 국가들과 저금리로 석유 구매 대금을 받는 ‘페트로카리브 조약’을 맺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미국에는 “원유를 수출하지 않겠다”는 협박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유 저가 지원에 대한 야권과 국민들의 여론이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이 변수다.
이에 헌법에 따라 대통령 사후 30일 내 치러져야 하는 대선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통합연대(MUD)의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저가 석유 지원을 중단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야권이 승리할 경우 미국으로서는 남미에서 완전히 상실한 정국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막대한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기반해 차베스가 펼쳤던 ‘석유 사회주의’ 정책이 수정될지도 세계의 관심사다. 차베스는 14년에 걸친 집권 기간 서방 자본이 소유하고 있던 석유 생산시설을 전면 국유화한 바 있다. 이는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베네수엘라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250만 배럴로 차베스 집권 초기인 2000년 350만 배럴보다 100만 배럴가량 감소했다. 석유 수출액은 베네수엘라 전체 수출액 중 9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전문가들은 대선이 끝난 이후에나 유가의 향방을 내다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차베스의 암 수술을 수행했던 쿠바는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성명을 내 “베네수엘라의 투쟁에 앞으로도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차베스의 죽음은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라고 말했다. 생전의 차베스와 절친한 사이였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차베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살아 있다”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