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무너진 한국야구… 자만심이 대만참사 불러
입력 2013-03-06 19:59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대만을 이기고도 2승1패로 2라운드 진출 실패라는 치욕을 맛봤다.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 패배가 화근이었다. 1라운드 조기 탈락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한국야구는 당장 9일부터 열리는 시범경기부터 관중들의 외면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한국야구의 현실을 직시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야구는 그동안 국제대회의 빛나는 성적을 밑거름으로 급성장해왔다. 2006년 WBC 4강과 2009년 WBC 준우승,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국제무대에서 성가를 높여왔다.
지난해는 사상 최초로 프로야구 관중 700만 시대에 돌입했고 NC 다이노스의 창단에 이어 KT까지 팀 창단에 나서면서 10구단 체제의 문을 활짝 열었다.
후퇴를 몰랐던 한국야구는 그 사이 싹튼 자만심과 착시현상이 이번 ‘대만 참사’를 불러일으킨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무려 7명의 선수가 개인적 이유로 태극마크를 내놨다. 병역혜택 등 개인적 이익이 전혀 없는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은 국가보다 자신의 안위를 우선 택했다. 선수 선발에도 구단 이기주의가 작용하면서 최고의 선수로 선수단을 구성하지 못했다.
또한 그동안 야구변방으로 여겨지던 네덜란드 등의 급성장에 미리 대처하지도 못했다. 메이저리그가 선수 수급을 위해 전세계로 눈을 돌리면서 네덜란드, 대만, 호주 선수들 상당수가 본고장 야구를 익혀 이 대회에 나왔다.
야구계는 이번 참사가 관중들의 외면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가장 우려하고 있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보듯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이후 반짝했던 프로축구 관중이 이후 급속히 줄어들었던 점을 상기하고 있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는 “한국은 프로야구의 인기가 뜨겁다”면서 “올해는 9구단이 리그에 참여하고 돔구장 건설 계획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기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될 것 같은 1라운드 탈락이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번 참사를 계기로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 내실을 다지는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우승팀 감독에게 무조건 대표팀 감독을 맡길 것이 아니라 축구처럼 전임 감독제 도입도 그 방안의 하나다. 선수단은 6일 오후 귀국해 해단식을 열지 않고 바로 소속팀으로 복귀, 9일 시작하는 시범경기를 준비한다.
타이중=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