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엔저 장기화… 100엔당 800원까지 갈 가능성”

입력 2013-03-06 19:50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원고·엔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2015년쯤에 100엔당 800원까지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6일 ‘주춤하는 원고·엔저 아직 갈 길은 멀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원고·엔저가 수년간 지속될 장기적인 추세 전환의 시작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의 시퀘스터 발동에 대한 불안 등으로 원고·엔저 기세가 다소 꺾였지만 글로벌 불안이 진정되면 이전의 현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로다 신임 일본은행 총재가 더 과감한 양적완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고, 엔 캐리 트레이드 확대, 우리나라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등이 엔화 약세를 끌고 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하는 구매력평가(PPP) 환율로 원화와 엔화의 추세를 분석했다. PPP 환율은 양국에서 같은 물건을 살 때 가격을 같게 해주는 환율 수준을 의미하는데, 이에 따르면 현재 100엔당 1100원대 후반인 원·엔 환율에서 원화는 저평가됐고 엔화는 고평가된 셈이라고 보았다.

여기에 현재와 같은 속도로 원·엔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 2015년쯤에는 100엔당 800원 수준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는 원·엔 환율이 최고치였던 2009년 2월 100엔당 1550원과 비교해 6∼7년 새 원화가 엔화 대비 약 94% 절상되는 것이다.

보고서는 더 큰 문제로 원화가치가 단기에 급등하는 상황을 꼽았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만 우리나라는 내수 비중이 작아 원화 급등의 충격을 버텨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에 대비해 기업은 생산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여 환율 변동에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는 원고 속도를 늦추고 외국자본의 과도한 유입을 억제할 수 있도록 금융거래세 도입도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혜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