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벌 日 샤프 신주 3% 인수… 경영악화 샤프에 1200억 직접 투자

입력 2013-03-06 19:42


글로벌 TV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샤프가 손을 잡았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6일 일본 전자업체인 샤프와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재팬(SEJ)’을 통해 샤프의 신주 3%를 취득하고 샤프는 104억엔(약 1200억원)을 조달해 주력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사업 강화에 활용할 예정이다. 과거 삼성은 일본의 소니, 와콤 등과 사업상 협력한 적이 있지만 동종업계 최대 라이벌에 직접 투자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영난을 겪던 샤프는 대만 훙하이(鴻海)정밀공업과 약 660억엔의 출자를 받는 것에 합의했지만, 출자 조건 등을 둘러싸고 교섭에 난항을 겪었다. 이후 샤프는 삼성전자 측에 100억엔 규모의 출자를 요청해 왔다. 삼성전자는 이번 지분 투자로 샤프의 제5대 주주로 부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일 전자 대기업이 자본 제휴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제휴는 장기간 라이벌 관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새로운 재편의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샤프는 적자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액정 패널 공장의 가동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샤프는 애플에 LCD를 공급해 왔지만, ‘아이폰5’와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의 판매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지난 1월 샤프는 애플에 아이패드용 9.7인치 패널을 공급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도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패널 대부분을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고 있지만, 60인치 이상 대형 LCD의 경우 샤프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애플이 샤프에서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받아온 만큼 애플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으로도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CD 패널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거래처 다변화 차원에서 샤프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한 것”이라며 “협력관계 강화 목적의 투자인 만큼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