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펀드 시장은 냉랭… 원금 손실 입을 수 있어 소비자들 외면

입력 2013-03-06 19:37


재형저축예금과 달리 재형저축펀드는 시장 반응이 아직 차갑다. 재형저축펀드의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재형저축펀드가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데다 중위험·중수익을 내걸고 있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실은 23개 자산운용사의 70개 재형저축펀드 상품에 대해 심사를 완료하고 6일부터 판매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주식형이 12개, 주식혼합형이 8개, 채권형이 22개, 채권혼합형이 28개로 채권 관련 펀드의 비중이 컸다. 상품심사 신청 뒤 일정 기간이 경과하지 않았을 뿐 판매를 목전에 둔 펀드까지 합치면 재형저축펀드는 80개를 넘어선다.

금융투자업계가 대대적으로 뛰어들었지만 고객은 무덤덤했다. 은행이 재형저축예금 가입자로 붐비는 반면 재형저축펀드의 주요 판매사인 증권사에는 발길이 뜸했다. 재형저축펀드의 가입 요건과 펀드 리스트 등을 묻는 상담전화도 많지 않았다. 한 증권사의 서울 강북지역 지점장은 “직장인 밀집지역이 아니라서 그런지 하루 종일 단 한 명도 가입하는 고객이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인이 많고, 증권사 본점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에서도 ‘찬바람’이 불었다. 한 증권사 지점 창구 직원은 “재형저축펀드 대부분이 채권형인 탓에 은행의 재형저축예금과 수익 차이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많았다”고 전했다.

증권사에서는 “은행은 수개월 전부터 준비를 하고 예약도 받았지만 증권사는 약관 승인부터가 늦어져 마케팅에서 밀렸다”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홈텍스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금감원은 재형저축 관련 상품 가운데 재형저축예금이 재형저축펀드나 곧 출시될 재형저축보험보다 큰 반응을 얻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득이 적은 서민층은 투자 성향을 볼 때 펀드·보험보다 은행 상품을 이용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재형저축보험의 경우 굳이 재형저축보험이 아니라도 장기 투자에 따른 비과세 혜택을 얻을 상품이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