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 고객 잡아라”… 은행들 출혈 경쟁 속내는
입력 2013-03-06 19:36 수정 2013-03-06 22:44
시중은행이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예금(재형저축)을 놓고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역마진도 불사하는 고금리를 경쟁하듯 내놓았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 우량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기대감에 부응하듯 출시 첫날인 6일 각 시중은행 지점에는 고객 문의가 빗발쳤다.
은행들은 출시 전날인 5일까지 극심한 막판 눈치작전을 벌였다. 최고금리라는 ‘타이틀’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연 4% 초반에서 논의됐던 금리는 치열한 신경전 끝에 연 4% 중반까지 치솟았다. 최고금리의 명예는 개인고객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IBK기업은행(연 4.6%)이 차지했다. 외환은행도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4.3% 금리에 선착순 특판금리(연 0.3%)를 얹어 연 4.6% 금리를 책정했지만 업계 안팎에서 과당경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철회했다.
연 3%대 금리를 주는 정기적금조차 찾아보기 힘든 저금리 시대에 연 4%대 중반 금리는 파격이다. 단일상품으로서는 역마진이 우려되는 높은 금리 수준이다.
그럼에도 각 은행이 손실을 감안하면서까지 고객 모집에 나서는 것은 우량고객을 오랫동안 잡아둘 수 있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재형저축 가입자는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는 기간인 7년 동안 해당 은행과 거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가입 조건인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대기업 신입사원이나 중소기업 근로자일 가능성이 커서 향후 금융상품 수요도 기대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충성도가 높은 장기 우량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다 갖춘 셈이다.
각 은행의 유치전이 치열한 가운데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하루 16개 시중은행에서 재형저축에 가입한 계좌수는 15만4000개에 달했다.
재형저축 가입에 필요한 소득확인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고객이 몰리면서 국세청 ‘홈택스’ 인터넷페이지는 하루 종일 마비될 정도였다. 기업은행 본점을 찾은 직장인 김모(31)씨는 “요즘에 이 정도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마침 급여통장이 기업은행 계좌라서 우대금리까지 연 4.6%를 모두 받았다”고 자랑했다.
시장이 너무 뜨거워지자 금융당국은 부작용 우려가 크다고 보고 정밀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재형저축 가입에 따른 불이익 사항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불완전판매, 거래처를 압박해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구속성예금)’ 등이 발견될 경우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