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멕시코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 건축물 ‘카사 델 아구아’
입력 2013-03-06 19:29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인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철거됐다.
서귀포시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의 모델하우스인 카사 델 아구아에 대한 철거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고 6일 밝혔다. 시는 “위법 가설 건축물을 2011년 11월 18일까지 자진 철거 및 원상복구토록 했으나 지정된 기한까지 이행되지 않아 부득이 행정대집행을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날 오전 9시 행정대집행 영장을 통보한 뒤 공무원 60여명과 굴착기 1대, 운송차량 등을 투입해 카사 델 아구아에 있던 비품과 가구·조각전 작품 등을 건물 밖으로 옮기는 작업에 돌입했다.
시는 굴착기로 건물 외벽을 걷어낸 뒤 내부 철골 등을 절단해 분해할 계획이다. 건물을 완전히 철거하는 데 15∼2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카사 델 아구아는 스페인어로 ‘물의 집’이란 뜻으로 2009년 3월 전체 면적 1279㎡, 2층 규모로 지어졌다. 건축계와 문화예술계 등은 세계적 건축가의 유작을 단순히 불법건축물로 여겨 철거하는 것은 문화유산 파괴 행위라며 존치를 촉구해 왔다.
철거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갑작스러운 철거 강행에 실로 놀라움과 비통함을 금치 못하겠다”며 “아름다운 문화예술의 섬 제주에 건축문화 파괴의 오명을 덧씌운 일에 대해 제주도민들은 물론 국민과 전 세계인들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고 역사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제주도는 설계도 원본을 토대로 다른 곳에 원형 그대로 건물을 복원해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