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책임자 없는 아노미 상태” 文 의원직 사퇴론… 민주 대선 평가 중간보고

입력 2013-03-06 19:24 수정 2013-03-07 00:08

민주통합당 한상진(사진) 대선평가위원장은 6일 대선 평가 중간결과를 발표하며 “민주당에 엄청난 과오와 실수, 선거 패배가 있었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심각한 아노미 상태”라며 “집단적 무책임이 퍼진 도덕불감증 상태를 넘어서려면 책임 있는 사람이 정직한 고백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 설문조사에서는 민주당이 ‘단일화 환상’에만 빠져 있었다는 지적에 압도적인 동의가 나왔다.

한 위원장은 ‘정책과 이념’ ‘(대선) 후보’ ‘선대위 운영’ ‘민주당의 역할’ 등에 대한 당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후보에 관련된 문항 중에선 ‘문재인 전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보다 결단의 리더십이 약했다’(58.8%) ‘문 전 후보 측근의 임명직 포기 거부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쳤다’(56.8%)는 문항에서 동의율이 높게 나타났다. 한 위원장은 “문 전 후보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대통령 후보로서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선거에서 충분한 호소력을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 대한 문항에서는 ‘수권정당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문항에 응답자 90.4%가 동의했다. 이어 ‘계파정치의 폐해에 눈을 감고 오직 야권 후보단일화만 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당 지도부의 안일한 판단이 대선 패배를 불러왔다’는 문항에는 86.7%가 공감했다.

선대위에 대해선 ‘선거 캠프를 민주캠프, 미래캠프, 시민캠프로 나눴지만 시너지 효과보다 불협화음이 컸다’(73.1%) ‘능력과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선대위를 이끌면서 우왕좌왕하다가 선거에서 졌다’(70.9%) 순으로 동의율이 높았다.

정책과 이념 분야에서는 ‘50대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선거 전략이 없어 패배했다’(83.8%)는 항목에서 가장 많은 동의가 나왔다.

한 위원장은 이런 결과를 발표하며 “책임 있는 분들이 ‘내 탓이오’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때 상처가 치유되고 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한다”며 “아직 어디서도 고백이 안 나온다”고 비판했다. 문 전 후보를 비롯해 ‘친노(친노무현)’ 등 주류 세력에 반성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30일 최종보고서가 발표될 때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선평가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문 전 후보의 사퇴를 논의한 바가 없다”면서도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그룹을 규명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최종단계에서는 책임 소재를 언급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설문조사에서 ‘지금이라도 문 전 후보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물음에는 21.3%만 찬성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