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결정국 장기화] 민주, SO와 무관한 역제안… “국정 발목잡기 자인한 꼴”

입력 2013-03-06 18:33 수정 2013-03-06 22:35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이사 추천 시 방송통신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하는 특별정족수 장치 마련, 개원국회 때 합의한 언론청문회 개최 즉시 이행, MBC 김재철 사장에 대한 검찰조사 실시 및 김 사장의 사퇴 등 3대 요건을 수용해 달라”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를 수용하면 정부조직법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인터넷TV(IPTV)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수정안은 전날까지 SO 등 업무 이관으로 인한 케이블방송의 공정성·독립성을 우려하다가 갑자기 공영방송 문제가 해결되면 SO 등은 어디로 가도 상관없다는 것이어서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 공정성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로 새 정부 출범을 야당이 발목잡고 있다’는 여당의 주장을 자인한 꼴이다.

◇갑작스러운 제안, 왜=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정 표류가 장기화돼 국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야당도 책임감을 느껴 양보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등 나라 안팎의 상황도 엄중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요건을 수용하면 SO, IPTV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하고, 미래부가 방송 공정성을 해치는 기도에 대해선 국회 상임위원회, 국정감사로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했다. 그는 “방송업무의 미래부 이관이 박 대통령의 신념이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하니 야당이 고심 끝에 한발 물러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의 제안 배경에는 국민에게 크게 와 닿지 않는 SO 등 문제로 협상을 끌기보다 ‘방송장악 저지’라는 선명한 대여 공세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내 비판 폭발=당내 인사들 사이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수정안을 발표하자 “우리가 뭘 잘못 들은 것 아니냐”며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동안 협상을 주도해온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조차 “SO 인허가권 등은 ‘딜’(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박 원내대표의 3대 요건은 금시초문”이라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수정안은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 사전회의에 참석해 동의를 받았는데 우 수석이 회의에 불참해 내용을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위원들도 “우리와 상의하지 않았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다른 의원들도 당내 의견수렴 없이 갑자기 수정안을 내놓은 데 대해 “청와대의 압박에 밀려 양보한 모양새”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의원은 “오락가락한 야당만 우습게 됐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