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석 소극장서 장기공연 루시드폴 “생얼 보여주듯 제 음악의 원형 공개할래요”

입력 2013-03-06 18:23


이 콘서트를 소개하자면 우선 이색적인 공연장 모습부터 설명해야 한다. 공연장에 놓일 객석 수는 고작 70개. 그런데 의자 모양과 높이가 제각각이다. 푹신한 소파가 있는가 하면 딱딱한 나무 의자도 있다. 일반적인 단상(壇上) 형태의 무대, 가수를 돋보이게 할 화려한 조명이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독특한 콘서트를 준비 중인 가수는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본명 조윤석·38)이다. 그는 다음 달 2∼28일(월요일 제외) 서울 관철동에 위치한 공연장 ‘반쥴 로프트(BANJUL Loft)’에서 총 24회에 걸쳐 콘서트를 연다. 공연 제목은 ‘목소리와 기타 2013-다른 당신들’. 지난해 휴식기를 가지며 음반 및 공연 활동을 잠시 접었던 그는 콘서트를 기점으로 음악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소속사(안테나뮤직) 사무실에서 루시드폴을 만났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콘서트는 목소리와 기타 소리, 피아노 반주만이 공연장을 채우는 단출한 구성이다.

“악기 구성을 이렇게 하기로 한 이유는 간단해요. 제 음악의 원형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사람으로 따지면 화장을 지우고 옷도 벗어던지는 셈이죠.”

공연장 ‘반쥴 로프트’가 있는 5층짜리 건물 역시 층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공연장은 4층에 있는데, 2층은 식당이고 3층은 카페다. 5층엔 전시관이 있다. 루시드폴은 “관객에게 복합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공연장을 물색하다 찾아낸 곳”이라고 전했다.

“만약 공연이 오후 8시에 시작하면, 관객들 마음은 집에서 출발하는 6∼7시부터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관점에서 작은 부분들을 고려하기 시작했죠. 공연장까지 걸어오는 길이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곳, 공연 시작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장소가 삭막하지 않은 곳….”

1998년 밴드 ‘미선이’ 멤버로 데뷔한 루시드폴은 다방면에서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과거 그는 스위스 로잔공과대학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화제가 됐고, 최근엔 소설집 ‘무국적 요리’를 발간해 눈길을 끌었다. 왜 소설을 썼는지 묻는 뒤늦은 질문에 “노래 가사로는 전할 수 없는 얘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엔 음악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대중가요 가사에만 담기엔 한계가 있더라고요. 2년에 한 장씩 10곡 정도 실은 음반을 발표해왔는데, 그런 방식으로는 하고 싶은 얘기를 다 전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소설을 쓰게 된 거죠. 쓰는 내내 신났어요. 하지만 올해는 다시 음악에 주력할 생각이에요. 가을쯤 신보를 발표할 것 같아요. 어떤 음악을 만들지는 콘서트 끝난 뒤에 고민해봐야죠(웃음).”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