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남편·베트남 아내의 힘겨운 한국살이… ‘현장르포 동행’
입력 2013-03-06 17:33 수정 2013-03-06 22:42
현장르포 동행(KBS1·7일 밤 11시40분)
베트남 출신 류빈(25)씨는 대전에서 가정을 이루고 산다. 만삭인 그녀는 곧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한데 그녀의 남편은 탈북자다. 남편 이광(40)씨는 북한에서 13년간 통신병으로 군복무를 했다. 제대 후 가족과 함께 탈북해 2006년 남한 땅을 밟았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2011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서다. 베트남 외국인노동자였던 류씨는 낯선 한국 땅에서 의지가지없었고, 이씨 역시 노총각으로 물선 남한 땅이 고달팠다. 이들은 한눈에 반했다. 특히 류씨는 남동생이, 이씨는 누나가 지적장애인이어서 그 아픈 마음을 나누다 보니 깊은 정이 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했다. 하지만 ‘탈북자’와 ‘이주여성’으로 한국 땅에서 살아나가기가 혹독했다.
요즘 부부의 다세대주택 반지하방엔 전기와 가스가 끊겼다. 월세도 밀렸다. 겨울이 되면서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씨의 일이 끊겼기 때문이다. 몸을 추스른 이씨는 3개월 전부터 동태장사를 하며 돈을 벌고 있지만 하루 벌이가 고작 3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동태장사 일을 끝낸 후 공병을 줍거나 목욕탕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곧 태어날 아기를 추운 방에서 키울 수는 없는 일이다.
류씨는 이런 남편이 너무 안쓰럽다. 볼록한 배를 손으로 받쳐 들고 남편의 리어카 옆에서 도우려고 애쓴다. 남편은 빨리 들어가라고 성화다. 한데 쪼들리는 살림에 류씨의 골반이 작아 제왕절개 분만을 해야 될 상황이다. 난감한 두 사람은 눈물을 보인다. 드디어 출산일 아침, 수술실로 들어가는 류씨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남편을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말한다. “남편! 넘버원!”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