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오즈 더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별 볼일 없는 삼류 마술사, 회오리 바람 타고 오즈로…

입력 2013-03-06 17:30


도로시와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 양철나무꾼이 나오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좋아한다면, 뮤지컬 ‘위키드’의 기발한 상상력에 환호했다면 이 영화도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할리우드 환상 블록버스터 ‘오즈 더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이하 오즈)이 그것이다.

‘오즈의 마법사’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온 도로시의 모험담이라면, ‘오즈’는 그 전의 이야기다. 도로시가 에메랄드성에서 만나게 되는 위대한 마법사 오스카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작가 프랭크 바움의 원작에선 늙고 쇠약한 괴짜 마법사로 그려진 그가 어떻게 에메랄드성에 오게 됐고 도로시를 만나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흥미롭게 전개된다.

미국 캔자스의 별 볼일 없는 서커스단 마술사 오스카는 도로시가 그랬듯이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신비한 세계 오즈에 오게 된다. 캔자스 장면은 흑백으로, 오즈에 도착하면서 화면은 컬러로 바뀐다. 오즈의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그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위대한 마법사라고 믿는다. 사기꾼 기질이 있는 오스카는 황금이 가득한 에메랄드성의 주인이 되려는 욕심에 위대한 마법사인척하고, 세 마녀(착한 마녀, 녹색 마녀, 빨간 마녀)의 싸움에 휩쓸리게 된다.

‘위키드’와는 또 다른 이야기의 구성도 탄탄하고 환상의 나라 오즈의 비주얼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오스카의 모험이 시작되는 캔자스 유랑서커스단의 황량한 배경, 마침내 오스카가 도착한 신비의 숲, 온 세상이 초록빛으로 둘러싸인 에메랄드성, 노란 벽돌길이 시작되는 착한 마녀 글린다의 성…. 블루스크린이 아닌 2만평 부지에 8000여개의 소품을 동원한 실제 세트 30여 곳에서 직접 촬영됐다.

제작진과 출연진도 화려하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관객을 영화 속 세계로 몰입하게 만드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그는 자료를 통해 “‘스파이더맨’이 실존하는 도시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다룬 영화라면, ‘오즈’는 배경부터 캐릭터까지 모든 것이 새롭게 창조된 세계”라고 말했다.

환상적인 비주얼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을 거머쥔 로버트 스트롬버그가 만들어냈다. 삼류 마술사에서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로 변해가는 오스카 역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나왔던 제임스 프랭코, 착한 마녀 글린다 역은 미셸 윌리엄스, 녹색 마녀 에바노라 역은 레이첼 바이스, 빨간 마녀 테오도라 역은 밀라 쿠니스 등 쟁쟁한 배우들이 맡았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 없고, 결국 착한 사람이 잘 된다는 권선징악적 내용에다 알록달록한 화면까지 아이들과 함께 볼 가족영화로 적당하다. 7일 개봉, 전체관람가.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