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1R 탈락 원인은…선수들 해이해진 정신상태, 코칭 스태프 준비부족 합작
입력 2013-03-06 01:10
한국 야구의 ‘타이중 참사’는 선수들의 해이해진 정신 상태와 코칭스태프의 준비 부족이 만든 합작품으로 보인다.
한국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선수 선정 여부를 놓고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 출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1회 대회의 경우 병역면제가 있었지만 이번 대회는 아무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데다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둬 중심 선수들이 갖가지 핑계로 출전을 기피했다. 실제 류현진(다저스)과 추신수(신시내티)는 미국 프로야구 진출과 시즌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불참했다. 김광현(SK), 봉중근(LG), 이용찬(두산) 등 국제 경기에 강한 투수들도 개인 훈련과 부상 등을 이유로 교체됐다. 병역면제 혜택이 있었던 2009 베이징 올림픽이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와는 판이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중심 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팀 전체 성적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보다 성의 없는 훈련과 플레이로 일관했다. 당시 무려 11명이나 되는 병역 미필자들이 합심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경우 안이한 플레이로 패배를 자초했다. 가장 중요한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에선 무려 4개의 실책을 남발하며 무너졌다. 또 네덜란드에 0대 5로 패해 1라운드 탈락 일보직전까지 갔지만 그 다음날 훈련장에선 일부 선수들이 불과 한 시간반 남짓한 훈련 시간에도 한 곳에 모여 나란히 흡연을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코칭스태프의 방심도 ‘타이중 참사’에 한몫했다. 류중일 감독은 “네덜란드전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고 했다. 자만심에 빠졌다는 것이다. 사실 네덜란드와 대만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한국은 경기 전까지 네덜란드와의 역대 전적에서 3승6패로 열세였다. 2009년 이후엔 3연패였다. 대만에도 한국은 최근까지 2연패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시리즈에서도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이 대만 팀인 라미고 몽키스에 0대 3 완패를 당한 바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이 사실을 간과했다. 한국 선수단은 네덜란드와 맞붙기 전 “전력 분석을 해보니 그리 위협적인 팀은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의 앤드루 존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선수와 트리플A 유망주로 구성된 강팀이었다. 전력 분석이 세밀하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 네덜란드는 롯데에서 뛰었던 라이언 사도스키에게 7쪽에 달하는 분량의 자료를 받아 경기에 활용했다. 한국 야구 전체가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제2의 ‘타이중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타이중=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