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너마저, 승부조작의 덫에 걸린 ‘코트의 마법사’…강동희 감독
입력 2013-03-06 00:39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강동희(47) 원주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의 출석 통보를 받자 농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승부조작의 덫에 걸린 ‘코트의 마법사’는 농구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강동희 감독은 누구=기아 시절 허재, 김유택과 함께 ‘허동택 트리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 감독은 프로농구 원년인 1997시즌 기아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끌고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스타 출신이다.
강 감독은 2004년 LG에서 은퇴한 뒤 LG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2005년부터 원주 동부로 옮겨 2008~2009 시즌까지 코치로 활약했다. 2007~2008시즌엔 코치로서 당시 사령탑이었던 전창진 부산 KT 감독을 보좌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강 감독은 2009년 동부 사령탑에 오른 뒤 2010~2011 시즌 동부를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2011~2012 시즌엔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8할이 넘는 승률로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선 준우승했다.
일각에서는 강 감독이 2006년 불법 도박으로 약식기소돼 처벌을 받은 점을 지적하며 승부조작 혐의가 사실일 경우 이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강 감독은 올해 초 사망한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2년 전 무슨 일이?=강 감독이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림에 따라 원주 동부의 2년 전 경기 내용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5일 강 감독과 승부조작 브로커의 금품수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의 경기 영상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조작 의혹을 사는 시기는 2010~2011시즌이다. 동부는 정규시즌 8경기를 남겨두고 순위를 확정했는데, 그때까지 승률은 29승17패로 63%였다. 그런데 남은 8경기에서는 2승6패(승률 25%)로 승률이 38%포인트나 떨어졌다. 동부는 2011년 3월 11일 최약체였던 대구 오리온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2대 93으로 졌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에서 김주성, 윤호영 등 동부의 주포가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스포츠토토가 아닌 사설토토에는 승패를 알아맞히는 승부식 종목이 있다. 이 경기에선 역배당 대박이 났음에 틀림없다.
◇프로농구계 흥행에 비상=프로농구는 ‘고의 패배’ 의혹으로 팬들의 시선이 싸늘해진 가운데 승부조작 파문까지 불거져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프로농구에서 금품을 둘러싸고 승부조작 파문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2011년 프로축구, 지난해 프로야구와 프로배구에 이어 국내 4대 프로 스포츠가 모두 승부조작에 휘말리는 불명예를 기록하게 된다. 특히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이 직접 승부조작을 시도한 첫 사례가 돼 충격파가 더욱 클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