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아픈 추억’ 부산 사상구 아름답게 변신

입력 2013-03-05 20:02


살인사건의 아픈 추억을 지닌 부산 사상구 일대에 국책연구기관과 아동거점지역센터 등이 설립되는 등 ‘김길태 사건’ 발생 지역이 살기 좋은 마을로 변하고 있다.

부산시와 사상구는 국비 350억원과 시비 70억원, 구비 8억원 등 총 428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 연말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동남권본부 건립공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생기원은 풍력발전 부품 등 첨단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와 지역 중소제조업체에 기술을 지원해주는 업무를 맡고 있다. 생기원 건립장소는 덕포동 일대 2만5000㎡ 부지로 15년 전 고교 건립이 추진되다가 자금난 등으로 중단된 뒤 방치된 곳이다.

그동안 흉물스럽게 방치된 부지 주변에는 여자고등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더구나 인근에는 201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중생 납치 성폭행 살인사건인 ‘김길태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 있어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었다.

인근에는 아동거점지역센터도 건립 중이다. 다세대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239.5㎡ 대지에 지상 2층 규모로 4월 개관할 예정이다. 센터 1층에는 방과후 지역아동들의 공부방 역할을 하는 지역아동센터가 들어선다. 2층에는 마을도서관과 주민 사랑방이 들어선다. 100㎡ 규모의 공터에는 소규모 텃밭과 쉼터가 조성된다.

이 사업에는 지역 주민들과 독지가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가구공업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 지역 봉사단체 등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책상과 의자, 도서, 후원금 등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마을 곳곳에는 주민들로 구성된 ‘희망의 디딤돌 사업봉사단’이 대학생들과 담장 벽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벽화와 함께 우중충한 담벼락은 화사한 파스텔 톤으로 단장했다.

부산시와 사상구, 경찰 등에서 최근 3년간 가로등과 방범용 CCTV를 곳곳에 설치했지만 벽화가 주민정서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민 김모(68·여)씨는 “예전에는 골목길이 지저분하고 어두워 다니기가 무서웠는데 요즘 깨끗하고 밝아져 살기 좋아졌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