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퀘스터 영향’ 가시화… 공항 직원들 무급휴가, 여행객 대기시간 길어져
입력 2013-03-05 18:34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자동감축(시퀘스터·sequester) 여파가 공항 등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방교통안전청(TSA)과 세관국경보호국(CBP) 등이 초과 근무를 없애고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주면서 공항 보안검색대와 세관 앞에 늘어선 여행객들의 대기시간이 평소보다 늘고 있다.
CBP의 제니 버크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여객기 56편의 승객들이 세관을 통과하는 데 2시간 넘게 걸렸고, 또 다른 14편은 3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과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도 눈에 띄게 줄이 길어졌다.
버크 대변인은 시퀘스터로 세관의 초과 근무가 줄면서 일부 부스가 폐쇄됐다며 7일부터 무급휴가를 통보하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SA도 초과 근무를 없애고 무급 휴가를 주는 데 이어 당분간 신규채용도 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항공대란’은 심화할 우려가 크다.
버지니아주에서 워싱턴DC를 잇는 주요 도로의 교통량은 평소보다 줄어든 모습이었다. 워싱턴DC에 회사가 있는 한 변호사는 “연방정부 계약사업자 등이 예산 삭감 여파를 우려해 근무를 감축했는지 출퇴근 때 고속도로 통행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실업률 상승과 경제 재침체 우려에도 공화당 지도부가 시퀘스터와 관련한 타협에 나서지 않는 이유를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한마디로 공화당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마지막 이슈가 정부지출 삭감과 감세를 통한 ‘작은 정부’론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선거에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던 이민법 개혁은 물론 동성애자 결혼 등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이슈를 놓고 공화당 내 균열이 확연해지고 있다. 상당수 공화당 출신 주지사들은 주민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 케어) 실행안에 잇따라 사인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런 점에서 시퀘스터는 단지 850억 달러의 예산을 삭감한다는 차원을 넘어 공화당이 진보 쪽으로 기울고 있는 미 정치의 축을 정지시키거나 최소한 느리게 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