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기업 편법경영 제동… 美, 면세채권 발행 자금조달 기업 전면조사

입력 2013-03-05 18:34

미국과 유럽에서 대기업 세금 탈루 감독 강화, 투명경영을 위한 규제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에선 면세 조항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편법으로 조달하는 기업들에 대한 전면 조사가 임박했고 유럽에선 실적이 부진해도 최고경영자가 거액의 보수를 받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자소득에 대해 연방 및 지방정부 세금을 면제받는 면세채권(tax-exempt bond)을 발행해 각종 사업비를 충당해온 미국 기업들이 규제당국의 조사에 직면해 있다고 5일 보도했다.

2003년 이후 미국 각 주 및 지방정부가 기업들을 대신해 발행한 면세채권 규모는 650억 달러에 달한다. 면세채권은 도로, 교량, 학교 건축 등 공공 목적으로 사용돼야 하지만 이들 자금은 사실상 기업들의 사업비로 활용되고 있다. 1986년 이뤄진 세제 개혁은 공항, 항구 등을 제외한 사업에 대한 면세채권 발행한도를 뒀다. 그러나 1990년대 재정적자 우려가 줄어들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와인제조농장, 푸에르토리코의 골프리조트, 켄터키주의 코르벳 자동차박물관, 뉴욕의 골드만삭스그룹 빌딩, 브루클린의 바클레이스센터 등이 이 자금으로 만들어진 건물들이다. 대형 석유업체 셰브론은 최대 면세채권 발행업체로, 10년간 260억 달러를 발행했다. 이 자금은 미시시피주 정제시설 건설 등에 투입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공 목적과는 관계없는 건설 프로젝트다.

기업들이 주정부 등을 통해 면세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막대한 자금을 낮은 이율로 조달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사업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이 기업들의 주판매세 및 지방재산세 탈루 수단으로 빈번히 활용되고, 이것이 일반 국민의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NYT는 특히 백악관과 의회가 세금, 재정적자 문제로 시끄러울 때도 이들 기업은 면세채권을 사실상의 ‘비밀 보조금’으로 활용했다고 꼬집었다.

기업 실적과는 상관없이 경영진이 거액의 보수를 받는 관행을 막자는 규제 바람도 스위스에 이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기업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올해 말까지 법제화하기로 했다. 유럽의회와 EU 집행위원회는 이미 지난달 은행 경영진의 상여금이 고정 연봉을 초과하지 못하는 내용의 법안에 합의했다. 유럽 은행 경영진의 상여금은 주주 다수가 동의할 때만 고정 연봉의 2배까지 줄 수 있다. EU 역내시장·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실의 슈테판 데 링크 대변인은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에 강력 반대하는 나라는 초대형 은행들의 본사가 있는 영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영국의 몇몇 은행들 역시 이 법안에 대해 제소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미 관련 법안에 대한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법안이 철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