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부 헌금 가로막는 조세특례법 속히 개정하라

입력 2013-03-05 18:16

나눔 문화 활성화할 정책적 인센티브도 마련해야

폐휴지와 빈병을 팔아 평생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연예인과 기업인, 평범한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건 우리 사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자 대한민국 미래의 희망이다. 물질만능의 각박한 사회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돌보려는 온정이 아직 식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많은 신앙인들은 직접 기부에 나서지 않더라도 교회 헌금을 통해 헐벗고 굶주린 이웃들을 돌보라는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려고 한다.

올해 1월 국회에서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 때문에 종교 기부금이 소득공제 혜택에서 일부 또는 전액 제외되면서 교인들이 ‘세금 폭탄’을 맞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은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한도를 교육비·보장성보험료·신용카드·의료비 등 7가지 비용에다 지정기부금을 더해 2500만원으로 제한한다.

문제는 교육비 등 7가지 다른 비용을 먼저 공제한 뒤 마지막에 기부금을 제하기 때문에 7가지 합이 2500만원을 넘으면 기부금을 한 푼도 공제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기부하는 사람들이나 교회에 헌금하는 사람들이 소득공제 혜택을 바라고 선행을 베풀지는 않을 것이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처럼 익명의 기부자도 많다. 그렇더라도 기부나 헌금에 대해 선진국처럼 더 많은 혜택을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과거보다 세금을 더 내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불합리하지 않은가. 이 법은 기부 헌금을 가로막는 것은 물론 기부문화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조치다.

우리의 기부문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영국 자선지원재단의 세계기부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0년 82위에서 2011년 57위, 지난해 45위까지 올라갔지만 여전히 태국(26위)이나 캄보디아(40위)보다 못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개인 지정기부금 소득공제를 과세 대상 소득의 15%(2008년 기준)에서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는 30%까지 늘릴 것을 권고했고, 기획재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공제비율을 30%(종교단체 기부는 10%)까지 확대했다. 그런데 갑자기 복지재원을 늘리겠다고 이런 법 조항을 만들었다니 근시안적 탁상행정이 따로 없다. 새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해당 상임위원회 조세소위원장조차 내용을 모르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대한 비판이 일자 최근 민주통합당 원혜영·김영환 의원이 지정기부금을 소득세 특별공제종합한도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조속히 법 개정을 서둘러 선의의 기부천사들이 세금 폭탄을 맞는 일은 피하도록 해야 한다. 차제에 정부는 고액 기부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그것이 자발적인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