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 위조범 잡고보니 60세… 법원 속여 ‘신분세탁’

입력 2013-03-05 17:58


60세 남성이 90대 노인을 가장해 방송에 출연하는 등 사기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법원을 속여 가족관계증명을 만든 뒤 위조 범행을 저지른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A(60·사진)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신분 세탁으로 지난 1월까지 46개월 동안 2285만2130원의 기초노령연금, 장수수당, 기초생계비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청주시내 복권 판매점 6곳에서 위조된 연금복권이 발견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KBS TV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90대 노인이 위조복권을 갖고 왔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용의자로 A씨를 지목하고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전북 완주군의 한 교회에 숨어 지내던 그를 지난 1월 17일 검거했다.

A씨는 유가증권 위조혐의로 징역 2년을 복역한 뒤 출소, 2005년 무료급식을 운영하던 청주의 한 교회 목사에게 접근했다. 그는 이때 자신의 나이를 90세로 속였다. 그는 목사의 도움으로 2006년 6월 청주지방법원으로부터 성(姓)·본(本)을 창설한 뒤 2009년 3월 청주시 상당구청에서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았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 지문이 손상된 것처럼 열 손가락 끝에 접착제를 칠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흰 수염에 이가 없어 그의 나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A씨는 TV노래자랑에 참가하고 교양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대담하게 90대 노인 행세를 하며 지냈다. A씨는 지난해 출연한 방송에서 “올해 나이가 98세다. 동생(송해)은 88이지? 욕심 안 부리고 남을 사랑할 줄 알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장수비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