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학교’… 시민들이 만든 ‘햇빛발전조합’ 착한 에너지 사업
입력 2013-03-05 17:59
‘탁 트인 남향에 넓고 텅 빈 공간.’ 각 학교마다 공터로 남아있는 옥상은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 무심코 방치했던 이 공간을 활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민간 친환경 프로젝트가 첫 발을 내디뎠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함께 지혜를 모은 결과다.
시민의 힘으로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자는 취지로 출범한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이달 중순 서울 삼각산동 삼각산고등학교와 태양광발전소 설립을 위한 첫 계약을 앞두고 있다.
자체적으로 34㎾의 태양광 자가발전소를 운영중인 삼각산고등학교는 조합과 계약을 체결해 20㎾의 발전소를 추가 설치키로 했다.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한전에 판매돼 지역 사회에서 사용하게 된다.
여기에 필요한 시설자금은 5200만원 정도. 현재 지역주민과 학생, 교사 등 180여명이 조합에 가입해 출자금 4600만원을 모았다. 조합원은 학교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전체의 14%, 서울 강북·종로구 지역주민이 35%를 차지한다. 이사진에도 학교 학생부터 교사, 지역주민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직접 친환경 발전소를 짓는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조합 이사로 활동중인 삼각산고 3학년 손정은(18)양은 5일 “삼각산고등학교의 1회 입학생인 내가 학교와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원자력 발전소와 방사능 문제를 보면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가졌었는데 우리학교 모델을 보면서 다른 지역과 학교에도 태양광 발전소가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던 손양은 자신의 용돈을 모아 5계좌(5만원)를 출자했고 조합원 회의를 통해 이사로 선출됐다.
계약이 체결되면 4월 안에 학교 옥상 200㎡ 부지에 태양광 발전설비가 들어선다. 이후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가 생산되고 한전을 통해 가까운 거리의 몇 가구가 전기를 사용하게 된다.
햇빛발전협동조합은 태양광 설비 가동으로 벌어들이는 전기 판매 수입은 태양광 발전소 확대와 교육에 사용키로 했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거점인데다 막힌 곳이 없어 태양광 발전에 유리하다. 조합은 이 때문에 앞으로도 다른 학교로 태양광 발전소를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다. 현재 서울 서대문구와 강북구 2개 학교가 햇빛발전소 계약을 고려하고 있고, 관심을 보이는 지역사회와 학교도 10여 곳이나 된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강병식 활동가는 “직접 학생과 교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다 보니 에너지 절감문제나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 스스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과정, 사용량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