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회의는 역부족… ‘갈등 과제’ 표류

입력 2013-03-05 22:05

국정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조직 개편이 표류하면서 중요 정책과 현안을 결정해야 하는 정부의 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국무총리실장이 주재하는 차관회의를 통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역부족이다.

긴급한 사안이 없다는 이유로 2주 연속 국무회의가 취소됐지만 정부가 빨리 결론을 내야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지난해 대선 전 주요한 이슈로 부각됐던 갈등 과제들이 곳곳에 잠복해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원 문제나 차상위 계층 기준 확대 문제,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그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정부와 국민, 혹은 이익단체 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 같은 문제들은 정부가 나서서 협의하고 결론짓지 않으면 사회적 비용과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이전 정부부터 미뤄놨던 갈등 과제는 새 정부 출범 초기에 결론을 내리고 장관이 국회로, 현지로 가서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설명을 해야 풀릴 수 있다”며 “책임지고 결정할 사람이 없으니 논의도 못하고 시간만 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주요 갈등 현안의 조정과 결정을 위해선 정부 내 의사소통도 필요한데 현재로선 그런 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며 “각 부처 담당자가 누구인지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각 부처 장관 취임 후 후속 인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정부 내 의견교환조차 쉽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힘과 의욕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정권 초반에 시간을 허비하면서 갈등과제 해결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정권 초 1년과 정권 말 1년은 물리적 시간은 같을지 몰라도 업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치고나가 미뤄진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중요한 타이밍인데 이 기회를 놓치면 특히 갈등이 첨예한 과제들은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정부의 정책 결정이 늦춰지면 사회적 비용 증가는 물론 예산 낭비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예산 낭비와 사회적 비용 증가는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라며 “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같은 일을 겪고도 정치권이 깨달은 게 없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