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5% 한계기업… 돈 벌어 빚도 못 갚아

입력 2013-03-05 17:43


경기불황에 환율하락 기조까지 장기화되면서 버는 돈으로 빚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은 물론 일부 대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해 3분기 현재 상장기업 1200곳(대기업 228곳, 중소기업 972곳)을 조사한 결과 한계기업이 전체의 15%인 180곳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한계기업은 2010년 12.3%에서 2011년 13.4%로 늘어났으며, 계속 상승 추세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 1 미만(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부채 등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되는 기업을 말한다.

이처럼 빚을 갚지 못할 정도로 부진의 늪에 빠진 기업이 늘어나는 건 국내 부동산 경기가 무너지면서 내수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한 중·소형 건설사와 내수업체들 중에서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도소매업종(22%), 건설업(21%), 전기장비(18%) 등의 내수업종 업체들의 한계기업 비중이 높았다.

대기업도 2009년 9곳에 그쳤던 한계기업 수가 지난해 19곳으로 늘어났다. 지난 3년간 대기업 부채는 9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4% 증가에 머물렀다.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흔들리는 대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올해에도 속출할 것으로 본다. 소비자물가가 제자리걸음을 할 정도로 내수경기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원고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수출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해 180곳이었던 한계기업이 올해 221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지난해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잠재적 한계기업은 전체 기업의 24.2%로 전년(18.4%)보다 5.8% 포인트 늘어난 상황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이형우 선임연구원은 “한계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건설·서비스업 등 특정 산업별로 여신 건전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