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印尼 ‘빗장’… 은행들 동남아 진출 길 막혔다
입력 2013-03-05 22:26
국내 은행들의 동남아시장 진출에 급제동이 걸렸다. ‘전초기지’였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돌연 외국계 은행의 자국 진출을 강력히 규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포화상태에 놓인 국내 시장과 예상치 못했던 동남아시장의 규제 장벽으로 ‘내우외환’에 처한 시중은행들은 대안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25개 외국계 은행의 지점 신청에 대해 단 한건도 허가해주지 않은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이는 2010년 5개 은행, 2009년 3개 은행, 2008년 4개 은행 등 그동안 외국계 은행의 인가 신청을 대부분 허가해줬던 것과는 확연히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베트남은 신한은행의 현지법인은 물론 KB국민·우리·외환·NH농협·IBK기업은행 등 시중 은행의 진출이 가장 활발히 시도되는 곳이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의 입장 변화로 기업은행 하노이 사무소의 지점전환 신청이 1년4개월 이상 지연되는 등 최근 들어 우리 은행의 현지 진출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2011년 11월 쯔엉떤 상 국가주석과 지난해 3월 응웬떤 중 총리를 면담했지만 아직까지 지점전환 인가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최근 자국 은행들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금융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국내 은행들의 베트남 진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금융장벽을 두텁게 쌓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지난해 6월 우리은행, 지난해 12월 신한은행의 현지은행 지분인수 건에 대한 승인을 아직까지 미루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경제성장세가 가파르고 우리 기업이 많이 나가 있어 국내 은행의 진출 시도가 많은 곳이다.
현지법인을 설립하려 해도 인도네시아 당국이 최근 2년여간 외국계 은행의 현지법인 설립 신청을 모두 반려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국내 은행 가운데 인도네시아 법인을 가진 곳은 1992년 한일은행 시절 법인을 설립한 우리은행과 외환은행(1990년), 하나은행(2007년)뿐이다. 따라서 당국 규제를 피해 우회진출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2대 국영은행인 라크야트인도네시아 은행(BRI)과 제휴를 맺고 현지 진출 기업을 지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처럼 동남아 진출이 쉽지 않게 되자 국내 은행들은 해외 진출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윤용로 행장이 아프리카 진출에 강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외환은행은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 지점을 개설하고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시장조사에 착수했다.
국민은행은 인도와 캄보디아 등 금융산업 규제가 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아시아를 공략하는 한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진출도 추진한다.
강준구 진삼열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