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민생안정 정책이 행정개혁보다 우선”… 兩會로 본 민심

입력 2013-03-05 17:34


올 양회(兩會·12기 1차 전국인민대표대회와 12기 1차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는 5년마다 한 번씩 새로 선출되는 구성원(전인대 대표 및 정협 위원)이 참가했다. 이들이 18차 당 대회를 통해 들어선 중국 새 지도부가 명실상부한 체제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 주요 기관의 장이 결정되고 국무원 조직 개편안도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 만큼 중국 국민들이 새 지도부에 제시하는 각종 요구도 많다.

인민일보 인터넷 사이트 인민망(人民網)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3일까지 올 양회에 즈음한 ‘10대 핫이슈’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네티즌이 인터넷 투표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사회보장제도 개혁, 소득분배 개혁, 부패 추방이 1∼3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행정체제 개혁이나 국방 건설은 각각 9, 10위를 차지했다.

4∼8위는 주거안정, 의료개혁, 물가 안정, 식·약품 안전, 법치국가 건설로 나타났다.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조치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사업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의식이 표출된 것이다.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핫이슈라고 답한 네티즌은 전체 투표 참가자 124만8000여명 가운데 25만6000여명으로 20.5%나 차지했다. 소득분배 개혁을 꼽은 사람은 18만2000여명으로 전체의 14.6%였다. 부패 추방을 우선 해결 과제라고 응답한 네티즌은 18만900명(14.5%)에 달했다.

이 세 가지 과제만으로 전체의 절반(49.6%)을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부패한 관리들 제대로 벌주고 서민들 좀 더 잘살게 해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회보장제도는 일반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인민망이 양회를 앞두고 실시한 인터넷 여론 조사에서 4년 연속 수위를 차지했다.

이번 전인대 대표이자 민주당파인 중국민주건국회(민건) 부주석으로 경제학자인 구성쭈(辜勝阻)는 이에 대해 “사회보장제도는 사회안정을 위한 장치이자 소득분배 조절 장치, 경제발전 충격흡수 장치라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는 양로, 의료, 실업, 산재, 출산보험이 5대 보험으로 시행되고 있다.

부패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공무원 재산 공개제도에 대해 절대 다수인 97%가 지지한다고 밝혔다. 소득불균형에 대해서는 조사 참가자 98%가 “빈부 격차가 아주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택이나 물가, 식품 안전 등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견해보다는 그 반대가 더 많았다. 주택 문제의 경우 정부가 주택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폈지만 네티즌 중 58%가 올해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물가의 경우 응답자 중 76%가 올해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티즌 중 73%는 “지난해 식품 안전이 더욱 악화됐다”면서 “안심할 수 없는 식품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79%는 “독 캡슐 사건(폐가죽 등을 녹여 의약품인 캡슐을 만들어 대량으로 유통시킴)을 본 뒤 가능하면 캡슐로 된 약을 먹지 않으려 애쓴다”고 대답했다.

응답자 중 46%는 의료개혁과 관련해 “공립의원을 지속적으로 개혁해 공익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티즌 가운데 85%는 관리들의 업적을 평가할 때 ‘민생 개선’을 주요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행정체제 개혁에 대해서는 “정부 기구를 간소화하고 합병하되 각 부문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절대 책임이 중복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의 군사비 지출이 합리적이라고 대답한 네티즌은 67%로 다른 항목에 대한 지지율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인민망의 양회에 맞춘 인터넷 여론 조사는 2002년부터 실시됐다. 지난 12년 동안 거론된 이슈를 보면 기존의 사회적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과제가 더해지는 국면이다. 예를 들어 2002년 10대 이슈 중 첫째가 ‘반부패 투쟁 강화’였지만 아직도 부패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당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중국 정치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이 두 번째 10대 이슈였으나 경제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이 문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 대신 생활수준이 나아지면서 양회 여론 조사에서 민생 문제가 키워드로 등장하는 빈도가 갈수록 높아졌다.

이를 반영하듯 도시지역 주거 문제와 물가 상승은 2005년 처음으로 10대 이슈에 포함됐으나 다음해인 2006년에 바로 10대 이슈 중 5위로 껑충 뛸 정도였다. 최근 2년 사이에는 도시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교통문제, 식·약품 안전 문제 등도 주요 관심사에 포함됐다. 중국 새 지도부는 백성들의 더욱 높아진 민생 개선 요구에 직면한 상황에서 자원배분 우선순위를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