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알앤엘바이오 창업 라정찬 집사] “성체 줄기세포는 우리 몸속에 숨겨 둔 하나님의 선물”
입력 2013-03-05 17:33
알앤엘바이오 창업자 겸 줄기세포기술연구원 라정찬(50·수원중앙침례교회 집사) 원장은 배아 줄기세포 대신 성체 줄기세포로 수명 연장을 꿈꾸는 크리스천 CEO이다. 현재 베데스다생명재단을 만들어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반포 4동 베데스다생명재단에서 그를 만나 성체줄기세포의 난치병 치료 효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체 줄기세포로 난치병 치료가 가능한지요.
“성체 줄기세포는 인체에 골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심지어 버려지고 있는 복부지방에서도 채취됩니다. 채취가 용이하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몸속에 숨겨두신 생명의 비밀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놀라운 것은 줄기세포 연구로 퇴행성관절염이나 치매, 뇌성마비 등 난치병 치료가 곧 이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학의 발전이 성경을 입증하게 되는 셈이지요.”
-라 원장은 배아 줄기세포 사용 반대 운동을 하던데요.
“그렇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된 ‘배아(胚芽)’는 장차 태아로 자랄 엄연한 생명의 씨앗입니다. 바로 이 점이 종교계에서 배아 줄기세포에 반기를 드는 이유이지요. 현재 윤리적 문제가 없는 성체 줄기세포로도 많은 치료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사용해 특정 유전자를 세포 내에 보내 만든 만능세포(iPS세포)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상황입니다.”
-어떻게 이런 사업에 뛰어들게 됐습니까.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성체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중 새로운 소명에 눈을 떴습니다. 2005년부터 서울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배양하는 원천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고요. 이를 토대로 버거씨병, 퇴행성관절염, 척추손상 등 난치병 치료를 위해 임상실험 중입니다. 그러면서 의료 선교에 적극 나설 꿈을 꾸고 있지요.”
-창업 후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벤처 붐이 가라앉아 힘들었어요. 또 난자 매매와 배아세포 진위 의혹, 황우석 교수 파동 영향이 폭풍우처럼 기업을 휩쓸고 지나갔지요. 은행 대출을 받아 가까스로 기업을 유지해야만 했습니다. 그때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계기를 만났는데 바로 아내의 인도로 교회에 다니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새벽기도회에 참석해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기는 청지기의 삶을 살겠노라고 서원기도를 드렸지요. 그러자 가슴속 깊은 곳에서 평안이 밀려왔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최근 줄기세포치료제 시술 특별법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0만명이 넘는 난치병 환자나 중증질환 환자들의 경우 치료방법이 없으면 마지막이자 유일한 방법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찾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선 줄기세포 치료제를 의약품으로 규정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시술이 가능합니다. 이 특별법은 이 같은 마지막 희망을 찾는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난치병 환자들에게 병을 고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허용해 주자는 취지인데, 저희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향후 줄기세포 치료 연구에 대한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보건당국이나 의학계에서 인정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과학저널에 논문을 게재해 신뢰성을 확보할 생각입니다. 또 식약청 허가를 받는 절차를 좀 더 빠르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전문 학술대회를 통해 연구 성과를 객관적으로 조명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줄기세포치료가 난치병 치료의 대안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 주제는 무엇입니까.
“올해 수명연장과 알츠하이머 치료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줄기세포를 맞은 쥐는 2년6개월째 살아 있지만, 줄기세포를 맞지 않은 쥐는 2년 만에 죽었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원리도 밝혔습니다. 알츠하이머는 동물실험이 끝났습니다. 지금 서울대병원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준비 중입니다. 줄기세포로 뇌성마비 치료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의 연장선상으로 올해 한국기독교학술원과 공동으로 30개국의 3∼6세 뇌성마비 어린이 30명을 초청해 무상으로 치료할 계획입니다. 또 우울증과 자폐증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울증이 개선되는 천연물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세간의 화제가 됐습니다.
“네. 사업가가 아닌, 희귀·난치 질환 극복에 앞장선 줄기세포 연구자로 남고 싶어 사회 환원을 결심했습니다. 1000억원 정도 되는데요. 알앤엘바이오 주식과 계열사 주식, 주식 관련 사채권 등 개인 재산 90%를 사회복지법인 베데스다생명재단 등 4곳에 10년 내 증여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갑자기 재산을 환원하면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어 단계적으로 환원할 계획입니다. 난치병 극복을 위한 줄기세포 기술연구와 희귀·난치 질환자 치료비 보조 등에 재산이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결국 관련 법을 바꾸어야 국내에서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할 것 같은데요.
“현재 줄기세포 등 보관 및 이식관리에 대한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청원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 중인데, 많은 분들이 동참하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생명을 120세로 예비해주셨기에, 하나님께서 예비해주신 것만 잘 활용해도 치유가 가능합니다. 제 연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치료법을 발견하는 것뿐입니다. 자가 성체 줄기세포 치료는 생명도 살리고 영혼도 구할 수 있는 치료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명을 붙들고 앞만 보고 갈 것입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